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에 대해 "정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평가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 가까이 지나가는 상황인데, 현재 지지도를 놓고 봤을 때 누가 (창당에) 호응하겠나"라고 반문하며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서 "만약 그쪽(신당)으로 따라가는 (국민의힘) 의원 숫자가 70~80명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있다고 하면, 지금 여소야대도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그걸 극복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탈당설'은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불이 붙었다. 당시 홍 시장은 "여당이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면 윤 대통령은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중대 결심'은 윤 대통령의 탈당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당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현안을 놓고 윤 대통령과 갈등 관계에 놓였다. 한 대표 다음으로 비대위원장을 맡은 황우여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을 두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재론되는 실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상호 의존관계에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 대표에게 "(당대표 임기를) 과격하게 시작하지 말고 서서히 당내 기반을 확대해 가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야지, 초기부터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면 여러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신임을 전적으로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열리는 여야 대표회담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김 전 위원장은 "한 대표가 지금 여당의 대표이지만 독자적으로 뭐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서 "국민에 쇼를 하기 위해 생중계를 하든 안 하든,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 확정과 '일극체제' 강화는 필연적이었다고 봤다. 그는 "처음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를 상대할 인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대항마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경우 "당내 위치가 어떻다는 것을 자기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감히 (당권 도전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했고, 최근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해선 "정치 경력으로 봐서 금방 부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르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심에서 좀 불리한 상황이 나왔다고 해서 현재 체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법리스크를 제외하면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로 다 확정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는 아직 뚜렷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로서는 한 대표가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지만, 앞으로 당내 입지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