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돌연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년 1월~2017년 1월 재임)을 칭찬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심’을 표한 적이 거의 없는 두 사람 관계를 감안하면 뜻밖의 언급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나는 그를 좋아한다”며 “그가 훌륭한 신사(nice gentleman)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칭찬만 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하지만 오바마는 교역 분야에서 너무 취약했다”며 “일본과 중국 같은 나라가 미국에 한 일을 살펴보라, 그건 재앙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곧장 “그렇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됐다. 그를 존경하고, 그의 부인(미셸 오바마)도 존경한다”고 다시 태도를 180도 바꿨다. 오락가락 발언이었다.
두 사람의 악연을 고려하면 무척 이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 태생이 아니어서 헌법상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며 인종차별적 음모론을 퍼뜨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악의적 소문에 시달리다 못해 출생증명서를 공개해 하와이 태생임을 인증했다. 감정의 골은 깊다.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 연사로 나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는) 자기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징징거리는 78세의 억만장자”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칭찬에 CNN은 “기이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 발언을 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CNN 패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이 흑인 표심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본색’은 이날 선거 유세에서 나왔다.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면서 평소처럼 ‘거친 입’을 과시한 것이다. 경합주(州)인 미시간주를 찾은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주특기인 반(反)이민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이민자 범죄’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있다”며 “이들은 기존의 사악한 범죄들보다도 아마 더 사악한 범죄”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서 범죄자가 줄어들었는데, 이는 그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시) 우리는 임기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모든 범죄자 외국인을, 모든 범죄자를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병력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한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정책을 언급하며 “더 큰 규모의 작전”을 장담하기도 했다.
제3의 대선 후보로 나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무소속)의 '트럼프 캠프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니콜 섀너헌은 이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 출마를 접고 트럼프에 가세할 가능성”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는 한때 ‘바이든 대 트럼프’ 경쟁 구도에선 대선 변수로 부각됐으나, 최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교체되며 존재감을 잃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를 차기 행정부에서 기용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