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역 청년들과 공개 소통하는 자리에서 젊은이들이 출산을 등한시하고 개만 사랑한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1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김 후보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재직 당시 과거 발언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지난해 9월 21일 대구 중구 행복기숙사에서 열린 '청년 경청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마무리 발언을 청하자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애를 안 낳는다"며 "젊은이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개만 사랑한다. 젊음은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다. 애를 키워야지 개를 안고 다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를 안고 다니는 것이 어떻게 행복일 수 있냐, 애를 낳고 키워야 미래가 있다"고도 했다. 경사노위의 청년 경청 콘서트는 취업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기 위해 기획됐다.
심각한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가 청년층의 '반려견 키우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발언을 두고 경사노위 청년위원장을 지낸 진형익 경남 창원시 의원은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20일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많은 청년을 만났을 텐데 어떻게 '경청'했길래, 청년이 개를 안고 다니느라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발언할 수 있는지 기함했다"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이어 "노동은 청년들이 아이를 꿈꾸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해 "청년에게 개를 안고 다니는 게 행복이 아니라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면 노동부 장관이라는 꿈을 부디 놓아주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김 후보가 저출생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의 출산 회피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은 대구 외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졌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1일 인천 남동구에서 열린 지역 청년 대상 '경청 콘서트'에서도 "엄청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애 둘 낳았다, 셋 낳았다, 다섯 낳았다고 하면서 유정복 인천 시장을 만나 임대주택 소개를 부탁해 보라"고 말했다. 이른바 '스펙 쌓기'보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게 청년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4년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5~49세 남녀 절반 이상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양육에 따른 사회적 역할 부담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출산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