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금융자산이 2분기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주가 고공행진 속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활발하게 이어진 결과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8,585억 달러로 1분기 말(8,310억 달러)보다 275억 달러 늘었다. 직전 분기에 이어 또 한 번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액(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대외금융부채)을 뺀 값이다.
대외금융자산이 3분기 연속 증가한 영향이 컸다. 2분기 말 대외금융자산 규모는 2조3,952억 달러로 전 분기(2조3,725억 달러) 대비 227억 달러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다. 해외 증권투자(9,324억 달러)가 지분증권(주식) 위주로 279억 달러 늘면서 전체 대외금융자산 증가를 이끌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서학개미’의 미국 기술주 매수세가 계속되고, 나스닥지수가 8.3% 오르는 등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거래 요인과 비(非)거래 요인이 모두 플러스(+)로 작용했다.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 잔액은 100억 달러 늘어난 7,320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기타 통화로 표시된 직접투자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으나(비거래 요인), 자동차와 2차전지 기업의 해외 투자가 재개됨에 따라 거래 요인이 이를 상쇄했다. 외환보유액 총액을 나타내는 준비자산 잔액은 70억 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부채(1조5,367억 달러)도 전 분기 말 대비 48억 달러 감소로 전환해 순대외금융자산 증가에 기여했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 잔액이 지분 투자를 중심으로 53억 달러 감소했는데, 원화 약세에 따른 비거래 요인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이며 잔액을 끌어내렸다. 증권 투자는 외국인의 부채성증권 투자 감소(-87억 달러)에도 지분증권 투자가 확대(+89억 달러)되며 1분기 말보다 2억 달러 소폭 늘었다.
대외 채무 중 단기외채는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이 늘면서 9억 달러 증가했고, 장기외채는 원화 약세 영향으로 101억 달러 줄었다. 그 결과, 단기외채 비중(대외채무 대비)은 21.6%로 전 분기보다 0.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외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1분기 말 33.6%에서 2분기 말 34.4%로 높아졌다. 박성곤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단기외채 비중과 준비자산 대비 비율이 지난해 큰 폭 하락한 기저효과로 다소 반등했지만, 과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외채 건전성과 대외 지급 능력 모두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