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전기차·배터리...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세계 무역 판도 흔든다

입력
2024.08.22 06:00
무협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에 대규모 보조금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에 공급망 리스크는 부담


철강 제품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던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이 전기차, 배터리 등 다른 산업으로 퍼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주요국의 수입 규제 강화 조치가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공급 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을 3대 신산업으로 정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9배에 달하는 산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중국 내수시장 침체로 공급 초과 현상이 발생하자 팔리지 않은 제품을 해외 시장에 싸게 수출하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품목은 전기차다. 중국의 2023년 전기차 생산량은 954만 대였으나 실제 판매량은 841만 대에 그치면서 약 113만 대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20년 22만 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량은 지난해 120만 대로 여섯 배가량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2022년에 종료되면서 제조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이 남아있는 국가에 공장을 짓는 한편 수출을 통해 자국 전기차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려 한 탓이다.

반면 최근 경제 불확실성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수요가 꺾이면서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09%, 2022년 57%, 2023년 34%, 2024년 17% 등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배터리 품목 또한 지난해 생산된 중국산 배터리만으로 전 세계 수요를 채우고도 156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가 남았다.

태양광 시장에서 공급 과잉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1,405기가와트(GW)지만 중국과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각각 255GW, 511GW에 불과했다.

주요국들은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강화하며 중국의 공급 과잉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조치를 적용하는 한편 유럽연합(EU)은 전기차‧태양광‧풍력터빈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EU의 대(對)중국 관세 정책으로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배터리, 태양광, 석유화학 분야의 시장 확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EU 내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위축된다면 국내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요국의 무역 장벽 대응이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키워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아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추가적으로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조치를 취하면 글로벌 무역 환경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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