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미국 미디어그룹 '콘데나스트'와 콘텐츠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콘데나스트는 잡지 뉴요커, 보그, 와이어드 등을 발행하는 기업이다. AI 개발사에 대한 뉴스 콘텐츠 제공 여부를 두고 언론계가 "어차피 AI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로 나뉜 가운데, 이제는 '공존'을 택하는 게 점점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오픈AI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콘데나스트와의 제휴를 공식화했다. '다년에 걸친 계약'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픈AI는 이번 계약으로 콘데나스트가 생산하는 콘텐츠를 AI 챗봇인 챗GPT, AI 기반 검색 엔진인 서치GPT의 결괏값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더 명확한 출처를 기반으로 빠르고 시의적절한 답변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앞서 오픈AI는 미국 AP통신, 주간지 타임,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 등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과도 콘텐츠 이용 협약을 맺었다. 언론사와 작가 등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 잇따라 휘말렸던 오픈AI가 이런 리스크 해소를 위해 각 언론사에 정식 파트너십을 요청한 데 따른 결과다. 오픈AI와 제휴를 맺은 언론사가 하나둘씩 등장하자, 다른 매체들도 서둘러 동참하고 나선 모양새다.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 "디지털 시대에 '창작자'의 희생으로 '배급업자'가 득세하면서 많은 언론사가 사라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뉴스 유통의 주요 채널이 종이 출판물에서 구글 검색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동할 때 언론사(창작자)가 구글·메타 등(배급업자)으로부터 제대로 된 '뉴스 제공 대가'를 받지 못한 탓에 다수 언론사가 고사했던 선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AI 개발사와의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수익 창출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보는 매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자사 기사를 무단으로 AI 학습 등에 갖다 썼다며 지난해 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사람들이 AI 챗봇에 질문하는 것으로 기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실제 뉴스를 굳이 찾아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NYT가 표명했던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