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일본 고시엔 결승 진출... "사상 첫 쾌거"

입력
2024.08.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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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전서 아오모리고교에 3-2 역전승
경기장선 '한국어 교가' 또 울려 퍼져  
23일 고시엔 결승전서 첫 우승 도전
교장 "동포·한국인 위해 최선 쏟겠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처음으로 결승 고지를 밟게 됐다.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후 '사상 첫 고시엔 우승'이라는 위업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경기 중반 점수 내며 짜릿한 역전승

교토국제고는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4강전에서 아오모리현 대표인 아오모리야마다고에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회말부터 2점을 내주며 시작했고, 5회초까지도 단 한 점도 못 얻으며 밀렸다. 그러나 6회초 3점을 한꺼번에 올리며 역전했고, 경기는 이대로 마무리됐다.

교토국제고의 승리로 고시엔구장에는 지난 19일(8강전)에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고시엔에서는 1회말이 끝난 뒤 2회초를 앞두고 공수 교대 시간에 출전 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경기 종료 후에는 승리한 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게 관례다. 교토국제고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가사로 시작한다.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은 공영 NHK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한국서 본교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4강 고지에 오른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지만, 결승전 진출은 학교 역사상 처음이다. 2021년 4강전에서 이 학교는 지벤가쿠엔고에 석패, 아쉽게 우승 도전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8강전에서 지벤가쿠엔고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고, 4강전도 승리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본보에 "선수들은 물론 (우리를) 지원해 주신 교직원, 동포들, 한국에서 본교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결승전도 최선을 다해 더 큰 기쁨과 영광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1915년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여름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현지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대회'로 불린다. 더욱이 올해는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을 맞은 해여서 의미도 남다르다. 결승전은 23일 오전 열리며, 교토국제고의 상대는 도쿄도 대표인 간토다이이치고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교토국제고의 4강전 경기 종료 직후 "교토 지역의 (고시엔) 결승 진출은 2005년 교토가이니시고 이후 19년 만의 일"이라며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모두 사상 첫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야구 명문'으로 거듭나는 교토국제고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교토조선중'으로 출발했다.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1963년 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이어 2003년에는 '교토국제중·고교'로 교명을 바꿔 일본 정부에서도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현재 재학생 65%는 일본인이고, 야구단 선수들도 재일동포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인이다. 야구부는 1999년 4월부터 운영해 왔다. 일본 프로야구 현역 선수 중에서는 나카가와 하야토(한신 타이거스), 모리시타 류다이(요코하마DeNA)가 이 학교 졸업생이다. 지금은 은퇴한 황목치승·정규식(전 LG 트윈스), 신성현(전 두산 베어스) 등도 교토국제고를 나왔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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