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공개부터 전기차 강제 견인까지... 전기차 화재 예방 입법 살펴보니

입력
2024.08.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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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예방 법안 14건 발의
충전기 지상설치·배터리 정보 공개 중심
이상 징후 미조치시 강제 견인 법안도
"소비자 불안 해소 위한 신속한 논의 필요"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국회에선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 발생 후 20일 동안 발의된 관련 법안은 14건.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1.3개꼴로 법안이 나온 것이다.

법안들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고 충전기 근처에 화재를 진압할 소화시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 24건 중 20%가 충전 중 발생한 만큼 충전기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은 전기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 충전시설과 전용주차구역을 지상에 우선 설치하도록 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건축법 개정안은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구역에 방화 셔터를 설치하도록 했고, 구자근 의원이 발의한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은 전기차 충전시설에 소방용수시설과 소화수조 등 소방시설을 반드시 구비하도록 했다. 인천 전기차 화재 당시 삽시간에 연기와 불길이 번졌는데도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차량 140여 대가 피해를 본 점을 고려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충전시설 신고제'를 담았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해당 시설의 위치와 수량을 신고해야 한다. 권 의원은 전기차 충전시설의 화재, 폭발 등에 대비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내놨다. 인천 사건의 경우 피해 차량 소유주는 우선 개별적으로 가입한 보험으로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 만약 전기차 화재 관련 보험이 없다면 신속한 피해 구제가 어려운 형편이다.


"전기차 이상 징후에도 검사 안 받으면 강제 견인"

전기차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된 배터리 정보를 투명화하는 법안도 있다. 국민의힘 김건,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각각 자동차등록원부와 전기차 제원 사항에 배터리 제조사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배터리 화재의 경우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가 어려운 만큼, 제조사 공개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고 위험 제품을 시장에서 방출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전기차 이상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강제 견인하자는 강력한 법안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제작사로 하여금 전기차의 전류, 전압, 온도 등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를 차량에 탑재하도록 했다. 전기차에 이상이 발생하면 제조사가 소유자에게 통지해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 소유자가 이상 신호를 통보받고도 즉시 검사를 받지 않으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해당 차량을 강제로 견인할 수 있다.

소비자단체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에 빠진 소비자들의 안전과 불안 해소를 위해 신속한 법안 논의를 요구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며 "전기차 부품 정보 공개와 화재 예방 대책은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빠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긴급조치로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에 대한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했다. 다음 달 초에는 관계부처 회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