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한반도에 힌남노급 초강력 태풍 “2~3년마다 온다"

입력
2024.08.21 13:42
포항공대 민승기 교수 연구팀 발표
동중국해 고수온이 태풍 강력하게
지구온난화로 수온 상승하는 추세
연구팀 "초강력 태풍 대비해야"

지난 2022년 9월 시간당 100㎜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로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초강력 태풍 ‘힌남노’. 이처럼 힌남노급의 강력한 태풍이 2030년대에는 5년마다, 2050년대는 2~3년마다 한반도에 닥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포항공대에 따르면, 이 대학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와 김연희 연구교수, 이민규 박사(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는 경북대, 울산과학기술원, 국립기상과학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동중국해 수온 상승과 초강력 태풍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동중국해의 수온이 올라가, 앞으로 한반도에는 ‘힌남노’급 태풍이 2030년대에는 5년마다, 2050년대에는 2~3년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따뜻한 바다 위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수온이 높아질수록 더욱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들은 대부분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를 지나는데, 지구온난화로 동중국해 해역 수온이 높아지면 태풍은 에너지원을 얻어 강력해진다.

민승기 교수 연구팀은 1982~2022년 동중국해를 거쳐 한반도에 불어 닥친 최대 풍속 54m/s 이상의 초강력 태풍 16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중국해의 8~9월 평균 수온이 높을수록 태풍 상륙 당시 강도가 강해진 사실을 발견했다. 2년전 힌남노 태풍 역시 동중국해를 지날 때 29도(°C) 이상의 이례적으로 높은 수온으로 초강력으로 강해졌다.

연구팀은 또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벌채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 동중국해 고수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최소 5배 이상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인간 활동이 동중국해의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이 온난화가 연쇄적으로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세력을 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민승기 교수는 "기후 변화가 동중국해의 고수온 현상을 일으키고, 그 결과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 강도가 세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동중국해의 온난화가 충분히 강해져 힌남노급 태풍의 상륙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상청 기후변화 감시 ‧ 예측정보 응용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지난 1일 기상학과 기후변화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기상학회보(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에 게재됐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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