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의 대출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31일 A은행장과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에게 지적장애인 대출을 거부하는 관행을 바로잡을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지적장애인인 B씨는 3월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 대출을 위해 디딤돌 대출 수탁은행인 A은행을 방문했다. 그러나 은행은 B씨의 장애를 이유로 대출이 불가하다며 후견인 증명서 혹은 후견인이 필요없다는 법원 판결문을 요구했다. 이에 B씨의 형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은행 측은 대출상품에 대한 B씨의 이해가 부족해 대출을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B씨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출상품의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대출상담 시 주요 내용은 B씨의 아버지가 대답했다"며 "대법원 판례에서 지적장애인의 금전 계약이 무효 판결된 사례가 있어 이번 대출 역시 위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A은행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없는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B씨의 의사능력 유무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후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 특별공급 및 장애인 가구 금리 우대를 적용하는 디딤돌 대출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봤다. 인권위는 "장애인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을 거부한 점, B씨가 대학 졸업 이후 10년간 경제활동을 해온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대출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A은행에 △B씨가 원할 경우 대출심사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 △지적장애인이 대출을 신청할 때 의사능력 유무를 사안에 따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 △알기 쉬운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설명하는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장에게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지도·감독을 주문하고, 금융위원장에겐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안내서 마련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