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광복절 첫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한국방송공사(KBS)에 수신료를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움직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전기요금과 TV 수신료의 분리 납부가 가능해지면서 시작된 '전기요금만 내겠다'는 시민들 목소리가 이번 기미가요 방송 사태로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미납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 수신료를 안 내기로 했다며 인증하는 사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15일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KBS수신료 납부 거부하는 법'을 안내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광복절 당일 한 커뮤니티에 "광복절 기모노, 기미가요가 나오는 '나비부인'으로 시청자 항의에 공식 사과를 해 놓고도 광복절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이승만 미화 다큐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는 걸 보고 KBS에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아 찾아보았다"면서 해당 방법을 상세히 적어 게시했다.
누리꾼들이 공유하고 있는 수신료 납부 거부 방법은 정확히 말하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분리납부를 신청한 뒤 TV수신료는 내지 않는 것이다. "TV가 있어도 수신료를 안 내려면 KBS 고객센터,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분리납부를 신청하고 고지서에 따라 TV수신료를 제외하고 전기요금만 내면 된다"고 안내한 게시물은 15일 게재돼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43조에서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 이 시행령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지난달 1일부터 TV수신료의 별도 납부가 가능해졌다.
TV수상기가 없는 가정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방법도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집에 TV가 없을 경우 KBS고객센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TV수신료 부과 중지'를 신청하면 된다"면서 "KBS고객센터가 전화를 잘 안 받고 있으니 여러 번 시도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다만 집에 TV가 있는데도 TV 수신료를 미납하면 수신료(월 2,500원)의 3%에 해당하는 가산금이 붙게 된다. 월 70원을 더 내는 셈이 되지만,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수신료를 안 내겠다는 인증 사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20일 "KBS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하고 전기요금과 TV수신료 분리 신청하면 끝이다"면서 "(KBS의) 방송이 정상화하면 요금을 내겠다"며 분리납부 신청을 완료한 이미지를 캡처해 올렸다.
한편 KBS는 비용 절감을 위해 21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무급휴직 시행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무급휴직은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한 재원 악화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올해 종합예산안에서 수신료 수입이 지난해 대비 약 2,600억 원 줄어 약 1,43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KBS가 비용 절감을 위해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은 1973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