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수사팀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면서, 이제 검찰의 최종 처분을 위한 칼자루는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넘어갔다. 절차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외부 전문가(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을 받을지, 후배 검사들 결론을 존중해 수사팀 결론대로 매듭지을지, 이 총장의 최종 선택만 남아 있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전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승인받았고 대검찰청 형사부에 수사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지검장은 22일 정기 주례보고에서 이 총장을 대면해 직접 수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무혐의'로 결론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가 2022년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 180만 원 상당 샤넬 화장품 등에 청탁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가 김 여사 측에 청탁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과 국정자문위원 임명, 통일TV 송출 재개 등의 의사 전달 경로를 따져, 선물에 대가성이 있다기보다는 '감사 표시' 내지는 '접견 수단'에 그쳤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이 선물들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연관성은 없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 신고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의미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직무와의 관련성'을 조건으로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없다. 다만 공직자가 신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수사팀은 또 '청탁 알선' 목적이 불분명해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하는 것도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 9개월 동안 나라를 뒤흔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두고, 사실상 검찰이 완벽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총장의 셈법은 복잡하다. 그간 이 총장은 김 여사 사건을 두고 누차 수사 과정의 공정성, 수사 결론의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사팀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신념도 비쳐왔다. 이 총장은 '수사의 내용·결과만큼이나 외형적으로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출장조사 논란으로 이미 공정성엔 흠집이 난 상태다.
이 흠집을 만회하기 위해 이 총장이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국민적 의혹이 컸던 사건이라, 수사팀의 결론이 옳다고 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외부인 시각으로 검증받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그의 임기다. 수심위 참여위원을 선정하고 소집하는 절차를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열흘, 통상 2주는 걸린다. 수심위가 결론을 내린다 해도 수사팀이 구속력 없는 수심위 권고 수용 여부를 두고 결정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수심위 소집 시 추석 연휴 등으로 사실상 13일 퇴임하는 이 총장 임기 내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수심위 소집 결정 자체가 수사팀 검사들의 결론을 존중하지 않는 의미로 해석되면, 또 다른 내부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사팀은 총장이 검사들의 결론을 믿고 존중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한다. 다만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불기소에 따라 생길 논란을 고려한다면 외려 수심위가 수사팀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들 사기도 중요하지만, 총장 입장에선 바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총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이원석 임기 2년'의 전체 평가가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결국 수심위 대안 성격으로 수사팀에 보완수사를 지시하거나, 대검 내 레드팀(아군을 공격하는 가상 적군)을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검 내부에서라도 공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절충안인 셈이다.
이 총장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큰 파장은 불가피하다. 한 검찰 간부는 "결론을 놓고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며 "수사팀에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여론이 따라붙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