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비하' 과거 정면돌파…영양군수 등장시킨 '피식대학'

입력
2024.08.21 11:30
영양 고추 축제·관광 명소 홍보
오도창 군수도 "깔끼" 응원해
"진심 담긴 사과"…시청자 복귀하나

경북 영양군을 비하한 콘텐츠로 이미지가 실추됐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기부에 이어 지역축제 홍보 협업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피식대학 채널엔 '안녕하세요 영양군수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직접 출연한 오도창 영양군수는 "피식대학이 영양군 발전과 홍보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에 공식적으로 영양군의 관광 명소 안내와 대표 축제인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 홍보를 제안 드려볼까 한다"고 알렸다.

'2024 영양 고추 H.O.T. 페스티벌'은 오는 29~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가장 작은 육지 섬' 영양에서 '대한민국 최대 중심 도시' 서울로 소비자를 찾아간다는 취지의 마케팅 행사로 60여 농가와 영양고추유통공사 등이 참여해 영양 고추와 고춧가루, 다양한 농특산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식대학은 앞으로 2주간 영양군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올린다. 오 군수는 "피식대학다운 재밌고 유익한 영양군 홍보를 기대해 보겠다"며 끝으로 피식대학을 뜻하는 손가락 모양과 함께 이들의 유행어 "깔끼"를 외쳤다. '깔끼'는 피식대학에서 개그맨 이용주가 구사하는 가짜 경상도 사투리로 "국밥 맛 깔끼하다" 등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과→기부→협업으로 이어진 반성

피식대학은 지난 5월 영양군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담은 영상을 게재해 지역 비하로비판받았다. 이들은 영양의 음식점과 제과점 등을 방문해 "서울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할머니 맛이다", "강이 똥물"이라며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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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청자 비판이 쏟아지면서 318만 명이던 구독자는 287만 명까지 떨어졌다. 당시 오 군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리 코미디 프로지만 부정적 이미지로 군민 자존심을 건드리고 지역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으로 방송 소재를 다룬 건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피식대학 측은 논란이 된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저희의 미숙함으로 인해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약 2개월간 영상 게시도 중단했다. 지난달 영양군에 집중 호우 피해가 발생했을 땐 수해 가정에 필요한 냉장고, 세탁기 등 5,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

영양군과의 전격 협업 소식을 알리는 이번 영상은 올린 지 약 12시간 만에 조회 수 55만 회를 넘겼다. 시청자들도 잘못을 끝까지 수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인기 많다고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 멋지다", "영양 홍보를 위해 노력하는 걸 보니 마음이 녹는다", "앞으로 더 좋은 영상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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