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제3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무소속)가 이를 포기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합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측근의 공개 발언이라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소폭 우세 속 접전 양상으로 재편된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니콜 섀너핸은 20일(현지시간) 공개된 팟캐스트 매체 '임팩트 시어리(Impact Theory)' 인터뷰에서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섀너핸은 "한 선택지는 선거운동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당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마 강행을 위해 새로운 제3당을 창당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를 일부 잠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섀너핸은 이어 "대선 출마를 접고 트럼프에 가세하는 것"이 또 다른 선택지라고 했다. 다만 출마 포기 땐 지지자들에게 그 경위를 설명해야 해 결정이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사업가 출신인 섀너핸은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2018년 결혼했다가 지난해 이혼한 인물로, 올해 3월 케네디 주니어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의 일원이다. 1963년 총격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다. 당초 민주당에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냈다가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선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을 때, 최고령 후보 간 재대결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심을 흡수하며 한때 10% 넘는 지지율을 보이는 등 대선 핵심 변수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 구도로 재편되면서 존재감을 잃었다. 케네디 주니어의 뉴욕주(州) 후보 등록이 '가짜 주소 사용' 문제로 무효가 되는 등 악재도 잇따랐다.
이날 미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케네디 주니어를 차기 행정부에 기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유세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 하차를 고려한다는 건 몰랐다"며 "나는 (기용에) 확실히 열려 있다. 나는 늘 그를 좋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