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이 보여준 존재감은 이례적이었다. 급진적인 행보로 민주당 내에서도 '비주류'로 통했던 그가 당 메인 정치 이벤트의 '황금 시간대' 연설을 맡았기 때문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과거에 비해 온건한 노선을 택하며 당 내 입지를 강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열린 전대 첫날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연설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 전대 참석 당원들은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등장할 때부터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연설이 끝난 뒤에도 박수 갈채를 쏟아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외하면 이날 연사 중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받은 환호가 가장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를 '대권 잠룡'으로 거론하는 민주당 후원자들도 있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에 대한 당의 전폭적인 열광은 낯설다. 그가 그간 민주당 주류 온건파와 거리를 둬 온 대표적 진보 소장파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당시 29세 나이로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AOC'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당내 진보 진영을 대표했다. 특히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주류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외면한 채 미 의회 진보파 상징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모습은 당 주류에게 '불편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날 전대에서는 주요 연사로 거론됐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직전 순번을 꿰차며 당원들의 이목을 한껏 끌어당긴 것이다.
외신들은 이러한 분위기 반전이 그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급진적 태도를 일부 완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진보 아이콘'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2020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류 세력과 접촉면을 넓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던 점은 그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NYT는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 성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하며 두드러지게 칭찬했다"며 "(이날 연설은) 민주당과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그간 서로를 얼마나 끌어안아 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 발언도 쏟아냈다. 자신의 과거 근무 이력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텐더로 돌아가라'고 비아냥거렸던 것과 관련,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또 "트럼프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1달러에 나라를 팔아 치울 노조 파괴자"라고 직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