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사망했는데, 현장에 안전모 몰래 두고 과실 은폐 관리소장 실형

입력
2024.08.20 17:38
법원 “사고 현장 훼손하고, 허위 진술 종용”
전 입주자대표 회장도 징역 5월에 집행유예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현장에 관리자인 자신의 과실을 은폐하려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둔 아파트 관리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2단독 홍수진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해당 아파트 전 입주자 대표회장 B씨에 대해서는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A씨에 대해 “사망사고 발생 후 안전모를 현장에 두는 등 현장을 적극적으로 훼손했고, 이후에도 관리사무소 다른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B씨에 대해선 “A씨에게 안전모를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한 행동은 사고 발생 당시 피해자가 안전모를 쓰고 올라간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유죄로 인정이 된다”고 판시했다. 홍 판사는 그러면서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현장을 훼손하도록 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꾸짖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B씨에게 징역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이었던 직원 C씨는 2022년 7월 4일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중 사다리가 부러지면서 추락해 숨졌다. 사고 당시 C씨는 안전모와 안전대 등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작업에 나선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자신들의 과실을 감추려고 공모해 사고 직후 안전모에 피를 묻혀 현장에 놔뒀다.

검찰은 당시 C씨가 머리를 크게 다쳐 피를 많이 흘렸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안전모에는 외부에만 피가 묻어 있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이들을 추궁하며 수사를 이어간 끝에 안전모 현장 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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