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위증' 전 소속사 대표 2심서 법정구속

입력
2024.08.20 16:38
1심 혐의 일부 인정→2심 모두 인정
"장씨에 대한 미안함 있는지도 의문"

배우 고 장자연(1980~2009) 관련 재판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로 기소된 장자연의 전 소속사 대표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 양지정)는 김종승 전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위증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의 도망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자연이 소속된 기획사를 운영하며 사건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며 "장자연에 대한 미안함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도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김씨는 2012년 11월 '장자연 리스트'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종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2009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씨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사 임원 등의 실명을 언급했다가 고소당했는데, 이 재판에서 증언한 김씨는 조선일보 측 인사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은 5가지 공소사실 중 2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 2007년 10월 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사장과의 식사 자리에 장씨를 데리고 간 적이 있음에도 "장씨가 숨진 후에야 방 전 사장이 누구인지 알았다"고 증언한 부분, 2008년 10월 김씨와 장씨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술자리에 함께했는데도 "방 전 대표는 우연히 만났고, 장씨는 인사만 하고 떠났다"고 발언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씨의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자연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지어낸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피고인은 거짓 진술을 일삼으며 당심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안 보이고 있다"고 질책했다.

장자연은 2009년 3월 '유력인사들로부터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문건(장자연 리스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건이 폭로되면서 언론인, 금융인, 기업인, 연예기획사 대표 등 20명이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유력인사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고 술자리를 제공한 연예기획사 대표와 매니저 등 2명만 재판에 넘겨 부실수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착수했으나, 대부분 내용이 공소시효가 지났고 결정적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지 못해 성범죄 및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만 당시 검찰과거사위는 김 전 대표가 이 전 의원 재판에서 위증한 의혹만 재수사를 권고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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