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여름 축제'였던 제천음악영화제, ‘초가을’ 영화제로 새 도전

입력
2024.08.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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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5일 '아바: 레전드' 상영으로 개막
심사위원장 이와이 슌지 특별전도 열려
밤 청풍호 '원 썸머 나잇' 행사도 눈길

국내 대표적인 여름 휴양 영화제로 꼽히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개최 시기를 초가을로 옮겨 새 출발을 한다. 제천음악영화제는 2005년 출범 때부터 휴가철인 8월 중순에 열려 휴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천음악영화제는 다음 달 5일 충북 제천시 제천예술의전당에서 20번째 막을 올린다. 개막작은 영국 다큐멘터리 영화 ‘아바: 레전드’다. 10일까지 16개국 96편의 영화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수 분간의 응원을’이 축제의 막을 내린다.

‘아바: 레전드’는 20세기 팝음악의 전설로 통하는 스웨덴 그룹 아바의 음악 여정을 되짚는 영화다. 영국 제작자 출신 제임스 로건이 연출했다. ‘수 분간의 응원을’은 한 고교생과 교사가 음악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후 빚어내는 사연을 그려낸다.

제천음악영화제가 초가을로 개최 시기를 옮긴 건 날씨 때문이다. 8월 중순은 폭염이 덮치는 데다 최근 기후변화로 폭우까지 종종 쏟아지는 시기가 된 점을 고려했다. 이동준 제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5년을 돌아보면 9월 초 제천시 일대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며 “폭염과 폭우를 피해 초가을 영화제가 어떻게 치러질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러브 레터’(1995)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특별전이 함께 열린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1996)와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키리에의 노래’(2023)가 상영된다. 이와이 감독은 국제 장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제천영화제를 찾는다.

청풍호 바람과 함께... '원 써머 나잇'

제천음악영화제의 ‘대표 상품’인 ‘원 썸머 나잇’은 6, 7일 청풍랜드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비비지, QWER, 이무진, 현진영(6일), 트리플엑스, 한승우, 에이머스, 김현정, 김수철(7일)이 무대에 오른다. 청풍호의 바람과 밤하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춤과 음악이 함께 하는 ‘의림지 무지카 파라디소’는 의림지에서 6~8일 열린다. 개봉 20주년을 맞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단 노래를 곁들여 볼 수 있는 필름 콘서트(6일 오후 7시 제천예술의전당)도 올해 제천음악영화제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올해 제천음악영화제는 최초로 전용 영화관 없이 치러진다. 제천시 유일 멀티플렉스가 최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제천예술의전당, 제천문화회관, 세명대 태양아트홀, 세명대 크리에이티브 큐브, 청풍리조트 컨벤션홀,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의림지 자동차 극장이 상영관으로 활용된다.

제천영화음악인상은 일본 영화음악가 요시마타 료가 받는다.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1)와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2012)의 음악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다. 한국 드라마 ‘일지매’(2008)와 ’푸른 바다의 전설’(2016) 등의 사운드트랙 작업에도 참여했다. 요시마타는 7일 오후 5시 제천예술의전당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피아노 연주와 함께 자신의 음악 세계를 들려준다. 이 위원장은 “스무 번째 행사를 맞이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은 해”라며 “여러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제를 지향하려 한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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