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후년부터 시행될 영유아 보육·교육 통합(유보통합)의 모델 격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친 영유아학교(가칭) 152곳이 다음 달 문을 연다. 학부모가 원하면 누구나 하루 12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고, 휴일과 방학에도 이용 가능하다. 교사 한 명이 돌보는 영유아 수를 줄여 교육·돌봄 서비스 향상도 꾀한다.
교육부는 2026년 유보통합 시행에 앞서 교육·보육 서비스 질 제고 체감을 위해 ‘영유아학교 시범사업’ 시범학교 152개 기관을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유보통합은 3~5세가 다니는 유치원과 0~5세 영유아가 이용하는 어린이집을 통합해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시범학교는 유치원 68곳, 어린이집 84곳이 지정됐다. 17개 시도교육청별로 유치원 3곳, 어린이집 3곳 등 6개 안팎이다.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 4곳, 장애통합어린이집 13곳, 장애전문어린이집 3곳이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43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이 4곳으로 가장 적다. 152곳 중 67곳은 다음 달 1일부터, 나머지 85곳은 다음 달 9일부터 운영한다.
시범학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기본 8시간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학부모 수요가 있으면 아침·저녁 4시간을 추가로 운영한다. 방학과 휴일에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단설 유치원은 하루 평균 10시간 44분, 병설 유치원은 8시간 55분, 사립유치원은 10시간 등 운영시간이 제각각이다.
교사 대 영유아 비율도 현행보다 낮춰 교육과 보육의 질을 높인다. 0세반은 교사 한 명당 2명, 3세반은 13명, 4세반은 15명, 5세반은 18명으로 줄여 이를 초과하는 경우 교사를 추가 배치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수가 늘어나면 교육과 돌봄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범학교는 지역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특색 사업도 운영한다. 가령 부산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상호 정보공유 및 소통을 위해 ‘유보이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대전은 유아교육진흥원과 연계해 가족 등이 참여하는 영유아 체험활동을 지원한다. 경기와 전북은 지방자치단체나 인근 유치원, 학교 등과 연계한 거점기관을 선보인다.
교육부는 152개 시범학교에 내년 2월까지 총 262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투입한다. 17개 시도교육청에 각각 15억 원을 편성해 기관별로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시범학교를 내년부터 매년 1,000곳씩 추가 지정해 2027년까지 총 3,10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관련 법이 제정되지 않아 시범 운영에 한계도 있다. 기존 3~5세반을 운영해온 유치원은 여전히 0~2세가 이용할 수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원 자격 통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울(7곳)과 부산(6곳) 등 돌봄 수요가 높은 지역의 시범학교 수가 적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영유아학교는 유보통합이 제도화되기 전에 통합 과제들을 선제적으로 적용해보는 대표기관이라는 점에서 현장 관심이 매우 크다”며 “이번 시범학교 운영으로 해당 지역의 교육·보육 활동이 상향평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