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 절반 이상, 멀쩡히 주차 중 불났다

입력
2024.08.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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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안전공단 전기차 화재 현황 보니]
7년간 139건 발생… 해가 갈수록 증가세
올해 24건 중 13건 고전압 배터리서 발화
中배터리 더 위험? 대다수가 국산 제조사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형 사고가 난 가운데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만 2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청라 폭발 화재와 마찬가지로 주차 중 발생했다. 최초 발화점이 고전압 배터리로 확인된 사고도 과반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언제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 올해 벌써 24건

지난 1일 오전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약 8시간 동안 타오른 불에 차량 87대가 타고 793대가 그을렸으며, 영·유아와 어린이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 발생 장소가 지하인 데다 전기차 특성상 진압이 쉽지 않아 아파트 일부 세대의 전기와 수도, 도시가스 공급이 끊겼고, 주민들은 한동안 간이 천막 등에서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다. 1,5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번 사고는 국내 전기차 화재 가운데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사례로 꼽힌다.

이와 같은 전기차 화재는 꾸준히 증가세다. 19일 한국일보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건 △2019년 5건에 불과하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2건 △2021년 15건 △2022년 33건 △2023년 47건으로 점차 늘어났고 올해는 8월까지 24건이나 발생했다.

올해 터진 전기차 화재 24건 중 14건은 주차 중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충전 및 주행 중이 각각 5건으로 집계됐다.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특성상 운행 중이 아니어도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가 과도하게 누적된 채 방치되면 배터리 셀에 불량이 생기는데, 300~500개 중 하나에서라도 불꽃이 생기면 폭발적으로 번지는 '열 폭주' 현상으로 이어진다"며 "(전기차를) 충전 직후 주차해 두는 경우가 많고, 주차 중엔 차주가 근처에 없는 데다 차체 내 감시 기능도 미진해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절반 이상인 13건(54%)은 화재가 고전압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고성능 배터리 배급량이 늘어난 가운데, 전체 전기차 화재 중 고전압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비중은 46%(2021년)→48%(2022년)→53%(2023년)로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청라 화재도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리콜센터 소비자 결함신고 내역, 제작자 제출 자료, 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최초 발화점이 고전압 배터리인 것으로 1차 판단을 내렸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 등 최종 결론은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관계 기관의 합동 감식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중국산 배터리 우려?... 90%가 국산

인천 아파트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나 '중국산 배터리 공포증'도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화재가 난 전기차의 대다수는 국산 배터리를 쓰고 있었다.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139건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배터리 제조사는 LGES(LG엔솔), 삼성SDI, SK On 등 국내산이 대다수(90.6%·126건)를 차지했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 역시 88%(123건)가 국내 자동차 기업이 만들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단, 제조사의 사고이력이나 기술력이 공개돼 (소비자들이) 직접 배터리 제조사를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용기 의원 역시 "리튬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배터리 실명제를 도입해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