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15일자 1면에 당시 다수의 국가와 쌀 관세화 유예 협정을 벌이던 우리 정부가 중국 등 몇몇 나라와 이면 합의를 하면서 함께 협상에 참가했던 민간 전문가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역시 한국일보만의 특종기사였다.
당시 소문으로만 나돌던 이면 합의 내용을 최초로 밝혀낸 것은 물론이고, 협상의 투명성을 보장하겠다며 정부가 동참을 요구했던 민간 위원에게도 관련 사실을 은폐했다는 내용이었다. 중대한 대외 통상협상에서 국익을 훼손한 것은 물론이고, 농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농업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까지 어긴 것이어서 정치권 국정조사로 이어지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일보의 특종은 “쌀 외의 것에 대한 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부가적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을 바꾸는 과정에서 다른 중대한 내용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한국일보는 쌀 협상에 참여했던 민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구체적 협상 내용에 대한 크로스 체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체리 등에 관한 수입위험평가절차(검역) 편의 약속 △체리 외에 사과와 배에 대한 추가 편의 약속 등이 확인됐다. 정부가 당초 사전 공개 약속을 어기고 ‘부가적 합의사항’의 내용을 알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 같은 합의가 있었는지도 민간 전문가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행태에 대해, 그 이전 중국과의 마늘협상 파동 등 몇 차례 비슷한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향후 이어질 주요한 대외 경제협상에서 국익에 입각한 투명한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정부도 15일 오후 “본협상 타결 이후 기술적 절차적 과정까지 민간 대표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라고 사실상 잘못을 인정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 특종은 잘못된 정부의 대외협상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우선 경제 분야 대외협상에 대한 투명한 공개 절차가 공식화했다. “각국과의 합의문은 외교문서여서 공개할 수 없다”던 정부도 입장을 바꿔 국회의원들에게 문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