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만나줘" 여중생 살해 시도한 10대, 가방 안에 유서 써놨다

입력
2024.08.19 14:42
사건 앞서 스토킹 등 3건 신고 전력 드러나

평소 알고 지내던 여자 중학생을 둔기로 때려 살해하려 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게 범행 동기로 알려졌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19일 살인미수 혐의로 고등학생 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A군은 이날 오전 8시 16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중학교 부근에서 등교하던 B양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치고,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옮겨진 B양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행인에게 제압돼 이후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인근을 지나는 학생들이 없어 추가 피해는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가방 안에 유서를 넣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유서에는 '삶이 우울하다', '과거 범행을 계획했다가 실패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장애가 있는 A군은 현재 B양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 출신으로 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던 B양에게 호감을 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군이 B양에게 계속해서 만남을 요청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3건의 경찰 신고 이력도 확인됐다. A군이 지난 2월 4일 "며칠 전 코인노래방에 함께 갔던 B양이 손등으로 내 중요 부위를 쳤다”며 경찰에 알린 게 첫 신고다. 두 번째 신고는 3월 31일 B양의 아버지로부터 접수된 스토킹 피해 신고였다. B양의 아버지는 “딸과 알고 지냈다는 남학생이 딸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따라다닌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B양의 아버지가 A군의 이름만 진술하고 연락처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해 A군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B양 측에 고소 절차 등을 안내하고 신고 접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세 번째 신고는 학교 측에서 했다. 6월 27일 A군의 학교 측은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연락을 해 “A군이 상담 중 ‘B양에게 위해를 가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알렸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학교전담경찰관은 B양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스마트 워치' 지급을 안내했으나, B양이 신청을 하지 않아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또 A군 부모와 협의를 거쳐 A군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치료를 받게 했다. A군은 지난달 2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결국 20여 일 만인 지난달 26일 병원을 나왔다. 결국 병원에서 퇴원한 지 24일 만에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졌다. A군은 경찰에서 "B양이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나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경찰은 A군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이번 사건 이전 신고 처리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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