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현실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요.”(You’re just too good to be true.) 1990년대 감각적 영상의 인터뷰 방송 ‘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의 타이틀 곡 첫 소절이다. 미국 가수 프랭크 밸리의 1960년대 히트곡 ‘Can’t Take my eyes off you’(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네요)로 광고 음악으로도 여러 번 사용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찬사로 이보다 멋진 표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 문장을 진지하게 직역한다면, 살아가는 데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좋은 건 진짜가 아니다. 고로 그런 게 있다면 의심하라.’ 여기서 ‘진짜’란 그 존재의 이치가 합당해 지속 가능하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우리 사회에는 진짜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좋은 제도나 체계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숨겨진 문제점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6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의정 갈등의 원인인 건강보험도 그중 하나다. 한국 건강보험은 낮은 부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적절한 보상 없이 사명감으로 버텨온 필수 의료진과 저임금 전공의 희생으로 지탱해 왔고,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의정 갈등이 어떻게 수습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말 새로운 정부안을 내놓겠다고 해 다시 주목받는 국민연금도 그렇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소득의 3%, 은퇴 후 받는 연금 액수인 소득대체율이 70%로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체계로 시작했다. 이후 보험료율은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춰왔는데, 2007년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 40%로 정한 후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그사이 국민연금 고갈은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젊은 세대는 꼬박꼬박 떼어가는 국민연금을 자신이 은퇴하면 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연금을 받는 노인 세대도 부글부글하기는 마찬가지다. 연금 수령자 절반이 월 50만 원도 받지 못하는 사실상 ‘국민 용돈’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겹게 국민연금을 부어왔는데 받는 연금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면 모두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월 33만 원과 별 차이가 없는 점도 분노를 부채질한다. 국민 모두를 화나게 하는 국민연금도 결국 ‘더 내거나, 덜 받아야 한다’는 현실을 국민이 받아들여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유통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이커머스도 ‘지나치게 좋은’ 존재였다. 온라인쇼핑몰은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을 판매자에게 두 달이나 늦게 정산하며, 그 기간 쌓이는 돈 수천억 원을 자기 돈인 양 써왔다. 이런 구조에서 이커머스 업체는 정상가 이하로 판매가를 결정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소비자 결제를 많이 유도해 모은 돈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유혹을 참기 어렵다. 티몬과 위메프는 유통 혁신기업보다 다단계 금융사기 집단에 가까웠다. 정부는 이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산 기한과 대금 관리를 법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통업체가 정상가격 이하로 판매가를 결정하기 어려워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 부담 증가를 앞세우며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 혁신이나 스타트업 육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소비자 돈을 유통업체가 제멋대로 사용하는 걸 허용할 수는 없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티메프 사태는 모두 지금 치러야 할 대가를 뒤로 미루다 문제를 키워왔다. 당장 힘겨워도 제값을 치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지속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 지나치게 좋은 건 진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