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세 '선벨트'도 경합주로… "해리스, 백악관 입성 '두 번째 길' 열렸다"

입력
2024.08.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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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애리조나 50%… 오차범위 밖 우세
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조지아도 격전 양상
"러스트벨트 다 잃어도 선벨트 얻으면 승리"

올해 11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공화당이 줄곧 우위를 점했던 남부 및 서부 '선벨트'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벨트 경합주(州) 4곳에서 접전을 벌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백악관을 탈환하려면 선벨트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곤혹스러운 소식이다.

"청년·비백인·여성 유권자 결집"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지지율 50%를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45%)을 오차범위(±4.4%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지지율 49%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7%)보다 2%포인트 우세했다. 네바다와 조지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1, 4%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4개 주에서 각각 등록 유권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8~15일 실시했다.

선벨트가 격전지가 된 것은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영향이 절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기 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벨트 4개 주에서 5%포인트 이상 안정적인 격차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청년·비백인·여성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 같은 민심 변화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 승리 루트를 늘려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벨트를 잃을 경우 민주당은 선거인단 44명이 걸린 중서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3개 주에서 모두 승리해야만 대권을 안정적으로 거머쥘 수 있었다. 반면 선벨트 4개 주(선거인단 49명)를 모두 가져오면 러스트벨트 중 일부를 잃어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게 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NYT가 "(러스트벨트 승리 외에) 해리스가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는 두 번째 길(선벨트 승리)이 열렸다"고 평가한 이유다.

막말 못 끊어… '경제·이민' 우위 못 살리는 트럼프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경제와 국경(이주민) 문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여전히 10%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정책을 앞세워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하면 언제든 판세가 다시 기울 수 있는 셈이다.

공화당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는 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막말 본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던 도중 "여성에게 함부로 예쁘다고 말하면 정치 경력이 끝장난다"고 말했다. 유세 중점 메시지였던 경제에서 이탈해 질 낮은 여권 인식을 드러내는 농담을 던진 것이다.

민주당은 더욱 단결하는 모양새다. 19일부터 나흘간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전당대회 첫날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각각 둘째날과 셋째날 연설을 이어간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거물도 찬조 연설에 나선다. 해리스 부통령은 마지막 날인 22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김현종 기자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