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어제 압도적 지지로 연임됐다. 향후 2년 더 민주당을 이끌고 갈 이 대표는 예상한 대로 역대 최고인 85% 득표율을 얻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선 1위를 차지한 김민석 후보를 포함해 친명계가 휩쓸었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정치를 살려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의회권력을 쥔 거대 야당 대표의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대여, 대정부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이 대표가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대치정국은 풀릴 기미가 없고, 이 대표 2기 체제 들어 사법리스크 부각과 선명성 경쟁에 대결 정치가 더 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는 ‘먹사니즘’을 들고 나온 만큼 정부 실정에 대한 견제와 민생 문제를 분리해 수권 정당으로서의 실용적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정쟁에 갇혀 민생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건 부끄럽게 여길 일이다. 야당 단독처리와 거부권을 반복하는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이끄는 데 이 대표가 주도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
국회 정상화 과제 못지않게 심각하게 여길 대목은 이재명 일극체제 강화에 대한 당 안팎의 부정적 여론과 그 부작용이다. 그간의 관행을 깬 대표 연임과 대선 출마 당대표 사퇴 시한 변경도 사법리스크와 대권가도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도 전원 친명일 정도로 쏠림이 심하다.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 등 공개 논의 없이 통과된 강령과 당헌 개정은 민주주의 역행과 사당화 논란을 일으켰다.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정당정치는 의회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제기된 당내 민주주의 훼손과 포용과 다양성 실종에 대한 우려를 허투루 여겨선 안 된다. 민주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위기는 곧 민주주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중도층 외연 확장, 나아가 정권 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과 이 대표가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