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체제'가 마침내 출범했다. 18일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가 획득한 득표율은 '85.4%'. 전에도, 앞으로도 찾기 힘든 압도적 승리다.
지난 1기 체제에서 총선 승리를 이끈 '이재명 민주당'은 이 같은 지지를 기반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멀게는 대선이겠지만, 당 안팎의 기대에 충족하는 성과물을 내놓으며 대선 주자로서의 능력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일극체제'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하고, 외부적으론 민생 성과와 함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에서 꼽는 핵심 과제다.
이 대표의 당면 과제로는 '사법리스크' 해소가 첫손에 꼽힌다. 당장 다음 달 6일과 30일이면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사건의 결심 재판이 이뤄지고, 이르면 10월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를 두고 정치적 공방에 치중했던 1기 체제와 달리, 사법리스크의 진위가 유무죄로 드러날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당내에선 사법리스크 선반영 인식이 강하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설사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이 대표를 흔들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도 "1심 결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전망했다. 1심 선고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가 입을 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유죄라는 사실로, 이 대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비호감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단식 등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듯, 만약 유죄가 나온다면 새로운 방식의 대응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생' 분야는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또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시험대로 꼽힌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는 "1기 땐 '야권 탄압' '정권 프레임'으로 성과를 거뒀다면 이젠 민생과 관련해 실질적인 성과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당내 분위기도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등을 핑계 삼을 수 없다는 쪽으로 흐른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 법은 이제 성과라고 할 수 없다"며 "투쟁과 협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 수도권 중진 의원도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과 격렬히 싸우면서도, 민생 문제는 계속 어젠다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연확장 측면에서라도 당원만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도 효능감을 선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생의 성과는 대선 어젠다로도 연결된다. 이 대표가 연임을 선언하며 강조한 어젠다도 '먹사니즘', 다름 아닌 민생이다. 문제는 구체성이다. 이 교수는 "25만 원 민생회복 지원금이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다 구체적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 역시 "25만 원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면서 "18개 상임위마다 먹사니즘 아이템을 하나씩 마련해서 민주당이 구체적으로 먹사니즘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주어질 정치적 과제들 모두가 결국은 민생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극체제의 부작용 역시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정책 현안을 두고 이 대표와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지금처럼 과도한 비난이 가해진다면, 통합과 합리적 토론은 불가능해진다. 비명계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일극으로 덮여 있는 것 같지만 당에는 수많은 다극들이 존재한다"며 "이 대표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수도권 중진 의원 역시 "대선은 항상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가려진다"며 "통합을 포기하는 것은 대선에서 가장 멀어지는 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