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다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중재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던 중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하면서 러시아가 논의를 멈췄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두 달 간 카타르 중재로 에너지 및 전력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자는 취지의 논의를 이어왔고, 이달 카타르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해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2022년 2월 전쟁 개시 이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아 왔다.
도하 회담은 중재국 카타르가 양국 대표단을 따로 만나는 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 공격하면서 러시아 당국자들은 카타르 당국자와 예정했던 회담을 연기했다. 한 외교관은 WP에 "러시아가 회담을 취소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도하에 자국 대표단을 보내려 했지만, 카타르는 러시아가 협상을 미룬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만 만나는 것에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거절했다고 한다.
협상이 타결됐다면 이는 부분 휴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WP는 "협상에 참여한 일부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합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고도 전했다. 다만 도하 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만 남겨두고 있었으므로 양국이 합의를 수용할 의사가 컸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애초에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와 별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한 이상 관련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한 러시아 학자는 "러시아 지도부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타협을 하지 않는다"고 WP에 말했다. 이러한 보도와 관련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도하 회담은 중동 상황 때문에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2일 화상 형식으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미국 백악관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