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계곡물에 멱을 감은 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8월 뙤약볕은 녹음에 한발 물러섰다. 여름내 장맛비, 소나기 들이키며 한껏 몸피를 키운 숲은 바깥 세상보다 기온이 4도나 낮았다. 두터운 녹음 속, 1만여 명의 걷기 마니아들은 왕복 15㎞의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오감이 활짝 열리는 체험을 즐겼다. 여기다 숲속 음악회와 전통 놀이, 게임, 냇가에서 듣는 인문학까지 마지막 여름의 낭만을 만끽한 하루였다.
'오감만족 2024 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이 지난 17일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신현국 문경시장과 이정걸 문경시의회 의장,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 전국의 남녀노소 1만여 명이 참가해 몸과 마음을 힐링했다.
이날 오전 축제는 신나는 타악 리듬으로 시작했다. 모듬북과 장구 팀이 무대에 올라 혼을 쏙 빼놓는 신명나는 리듬을 연주했다. 이어 방송인 한기웅씨의 힘찬 출발구호와 함께 왕복 15㎞의 맨발 대장정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문경새재 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 2관문 조곡관에서 미숫가루로 힘을 보충한 후 3관문인 조령관까지 맨발로 걸었다. 조령관에서는 기념 티셔츠를 입고 맨발로 도착한 참가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완주메달을 증정했다. 왕복 코스 곳곳에서 단체줄넘기와 제기차기 등 다양한 맨발 게임이 진행됐다. 건강과 재미를 모두 챙긴 맨발 산행이었다.
2관문에서 진행한 숲속 음악회에서는 재즈피아니스트 지노박이 감미로운 연주로 참가자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재즈 선율에 이은 요들송은 요들의 본고장 스위스에서도 인정받은 박상철씨의 무대였다. 참가자들은 신나는 요들송에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췄다.
산행이 끝난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는 '도전 나도 가수왕' 행사가 열렸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평소 갈고닦은 노래 실력을 뽐냈다. 노래 자랑에 이어 25명의 색소폰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 환상적인 합주를 선보였다. 색소폰으로 후끈 달아오른 무대에는 '대구 나훈아'로 통하는 후나와 나덕주, 김수, 김채연, 윤윤서 등 가수들이 차례로 등장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다.
2024 미스대구·경북 당선자들이 펼친 독도플래시몹 퍼포먼스는 공연의 백미였다. 독도 사랑을 주제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리틀 사이’와 ‘감성 거인’이라는 별칭의 황민우 황민호 형제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민우는 ‘한판 뜨자’로 무대에 등장해 ‘영일만 친구’, ‘오빠’ 등으로 객석을 들었다 놨고 바통을 이어받은 민호는 ‘자갈치아지매’로 분위기를 잡은 후 ‘팔팔하게’, ‘두 여인’ 등 노래로 감동의 무대를 이어갔다.
경품은 행사 현장 곳곳에서 행운의 주인공을 찾아갔다. 1,300만원 상당의 3H지압 침대와 냉장고, 세탁기 등 푸짐한 선물이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스포츠 관광 도시 문경에서 매년 맨발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 매우 기쁘다”며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사시사철 언제나 문경새재에서 치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은 지난 2017년 국제걷기연맹(IML) 가맹단체인 대한걷기연맹(KWF)으로부터 공인 걷기대회로 인증받아 8월의 국민축제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