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과거시험을 보려고 넘었던 고갯길을 맨발로 걸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지난 17일 경북 문경새재에 '선비'들이 나타났다. 도포에 갓 혹은 삿갓을 쓰고 나타난 20여 명의 선비들은 경북 칠곡 매원마을 사람들이었다. 이상곤 매원마을 박곡종택 대표는 "매원마을은 대과 급제자를 26명이나 배출해 장원방이란 별칭이 붙었던 양반촌"이라면서 "마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경맨발 페스티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매원마을은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에는 하회,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3대 반촌이라 불릴 만큼 규모가 컸다. 6·25 한국전쟁때 박곡종택에 인민군 지휘본부가 들어서는 바람에 집중 포격을 받아 전통한옥이 다수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인구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이곳 매원초등학교 입학생은 3명으로 경북의 대표적인 초고령 마을이 됐다.
이 대표는 "농촌마을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박곡종택에서 진행하고 있는'태어난 김에 장원급제'라는 프로그램을 눈여겨 봐달라"며 "문경새재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꼭 거쳤던 고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원마을과 가장 어울리는 행사가 문경새재 맨발걷기"라고 말했다.
정인효 기자 antiwh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