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녹취록 확보

입력
2024.08.16 22:51
서울청 간부들 공수처 고발한 백해룡
통화녹음 등 직권남용 증거자료 제출

세관 직원들의 마약 조직 연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외압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백해룡 경정 측은 최근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에 외압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등을 임의제출했다. 제출한 녹음파일 중에는 "(서울경찰청) 차장님과 수사부장님이 이관을 검토를 한번 해보라고 지시하신 것"이라고 말하는 서울경찰청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취임한 김봉식 신임 서울경찰청장이다.

경찰 마약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은 경찰이 세관 직원들로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조된 필로폰 74㎏을 국내에 몰래 들여와 유통한 1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세관 직원이 밀반입에 연루됐다'는 진술에 근거해,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의 통신영장을 발부받는 등 수사는 세관 연루 의혹으로 뻗어갔다.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으로 수사를 이끌었던 백 경정은 이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이 '관세청 관련 내용을 보도 자료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반대하자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이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출석해 "당시 영등포서장이 언론브리핑 이틀 전에 전화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김봉식 현 서울청장, 조 경무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백 경정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공수처는 그가 제출한 통화녹음 등 증거자료와 진술을 분석해 당시 경찰 윗선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를 따져볼 계획이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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