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계의 숙원인 노란봉투법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재차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자 노동계에서는 "열악한 한국 노동자를 계속 쓰러지고 죽어 나가게 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이날 2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 의결 뒤 같은 해 12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을 했지만 부결됐고,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법안이 폐기됐다. 이후 올해 4·10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더 세진'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했다.
총선 이후 노동계가 국회에 '최우선 추진 법안'으로 요구한 노란봉투법이 재차 무위로 돌아가자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통령 거부권 남발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행위"라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대안은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시장 양극화와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며 재의 후 부결되더라도 한국노총은 (법안이 공포)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전면적 정권 퇴진 투쟁'을 예고했던 민주노총은 보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조법 개정 문제는 열악한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것인가, 계속 쓰러지고 죽어 나가게 유지할 것인가의 싸움"이라며 "윤 대통령은 '노동 약자 보호'를 운운하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단결해 권리를 찾으려 하는 행위를 철저히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거부는 윤 정권에 대한 노동자의 거부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