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막말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죄 없는 자신을 감옥에 보내려 하고, “괴상하다”며 약 올리기도 하는 만큼 본인한테도 맞설 권리가 있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 논리다. 집권 여당 대선 후보직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물려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비 후임자를 대신해 상대 후보에게 막말을 돌려줬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의 본인 소유 골프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겨냥해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한 그(해리스)에게 나는 몹시 화가 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게는 인신공격을 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을 민주당이 부패한 판사를 동원해 감옥에 가두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맞대응’ 성격도 부각했다. 자신을 “괴상한 사람”으로 일컫는 등 먼저 인신공격을 가한 편은 해리스 측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그도, 그의 지능도 별로 존중하지 않는다. 그는 끔찍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악담까지 퍼부었다. 모두 기자회견 후반부에 나온 발언이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 목표는 ‘정책에 집중하자’는 당내 조언에 따라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실제 전반 40여 분은 여기에 꽤 충실했다. 계란, 시리얼, 분유, 밀가루, 에너지(전기) 요금, 월세 등의 물가 상승률을 열거하며 “미국 가정이 추가 부담을 지게 됐다”고 했다. 기업의 가격 폭리를 없애겠다는 해리스 부통령 예고와 관련해 “공산주의적인 가격 통제 정책”이라며 “식량 부족, 배급, 기아, 더 극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는 궤도를 벗어나 “내 방식대로 하겠다”며 ‘트럼프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회견은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성과(처방약 가격 인하) 발표에 대한 맞불 성격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메릴랜드주 라르고 행사장에 함께 입장했다.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뀐 뒤 첫 동반 무대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주최 정부 행사였지만, 해리스의 유세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생큐 조(고마워요 조)”라는 연호 속에 연단으로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가리키며 “끝내주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공화당 비난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론했다. “우리가 지금 맞서 싸우고 있는 그 작자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폭소와 야유가 터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덤프(Dump·쓰레기)인가. 도널드 뭐든 상관없기는 하다”고 화답했다. 이름을 비틀어 조롱한 것이다.
여유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곧 큰 지지율 격차로 앞서가던 ‘선벨트’(일조량 많은 남부) 격전지 4개 주(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의 선거 구도가 해리스 부통령의 맹추격으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3개 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를 모두 차지해야 승산이 있던 민주당에 대안이 생겼다고 짚었다. 러스트벨트에서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 판세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