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광복절 풍경들, 혼란스럽다

입력
2024.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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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정부와 독립운동단체의 경축식이 따로 열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역자치단체는 물론 해외의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충돌이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선 일본 과거사가 사라져 일본 언론조차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공영방송 KBS는 일본 국가와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했다. 독립선열의 희생을 기억하고 독립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뜻깊은 광복절에 벌어진 혼란스러운 풍경들이다.

두 쪽 난 광복절 행사는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광복회가 공개 반대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불거졌다. 독립운동단체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마저 독립기념관 취지에 맞지 않는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과거와 싸우기만 하려는 무분별한 반일 프레임이라며 반발, 논란은 사회 전반으로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엔 '일본'은 세 차례 등장하나 과거사 언급은 없었다. 이젠 대등해진 한일관계에 자신감을 보이려는 취지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를 감안하면 수긍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축사를 긍정 평가하는 일본 언론 보도를 접한 다수 국민은 허탈할 뿐이다.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김좌진, 김구, 홍범도 등 독립영웅들의 이름이 삭제된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앞서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표시하고 우리나라 지도에 독도를 빠트린 사실이 지적돼 새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존 교재에 포함돼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사라진 것이다. 박민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지만 공영방송 KBS의 참사는 기름을 부었다. 광복절 0시부터 일본 국가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방송하고, 오전엔 잘못된 태극기 이미지를 송출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데 윤 정부 들어 국가 정체성을 다루는 역사·교육 연구기관장이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광복절 전후 때맞춰 일어난 사건, 사고들이 공교롭다고만 하긴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소모적인 역사·이념 논쟁을 일으켜 사회 분열을 재촉하는 양상이다. 독립선열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광복절은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