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신생아 빠뜨려 살해 후 남친과 영화 본 미혼모, 징역 20년 구형

입력
2024.08.16 15:36
법원 "생명 경시, 엄벌 불가피해"

광주광역시 한 상가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이를 변기에 빠뜨려 숨지게 한 20대 미혼모에게 검찰이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6일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박재성) 심리로 열린 A(29)씨에 대한 아동학대 범죄처벌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0년간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무책임한 출산 전력이 있는데도 또 대비 없이 아이를 낳아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해 직후 남자 친구와 영화를 보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행태를 보여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5월 22일 광주 서구 광천동의 한 상가 화장실에서 임신 29주 상태로 출산한 신생아를 변기에 빠뜨린 뒤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장애인 화장실 칸으로 시신을 옮겨 유기한 후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 남자 친구와 영화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에도 아이를 출산한 뒤 시설에 인계한 전력이 있었고, 남자 친구와 교제하던 중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의 아버지를 특정할 수 없게 되자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 측은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어 살인죄(5년 이상 징역)보다 법정형이 무겁다.

A씨 측은 최후 변론에서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출산해 당황해 아이를 구하지 못 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9월 11일에 열린다.

광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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