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삭감까지? 광복회 '건국절' 주장에 '엄정대응' 대통령실 의도는

입력
2024.08.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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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원 광복회 국고보조금 겨냥 분석도
"마음부터 풀어드려야" 당장은 경고 수준
광복회, 오늘도 "尹 건국절 설명 믿을 수 없어"

대통령실이 이종찬 광복회장의 '건국절 추진' 주장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경고 차원의 성격이 짙지만, 장기적으로 국고보조금 삭감 등 실질적 조치를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1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광복회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날 대통령실은 "있지도 않은 정부의 건국절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는 억지 주장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광복회가 '추진 중단'을 반복 요구하는 건 야당과 함께 정쟁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정부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엄정대응 카드는 '국고보조금 삭감'이다. 광복회는 민간단체지만, 국가유공자단체법에 근거해 매년 국가보훈부 예산 내에서 보조금을 교부받는다. 보조금 규모는 정부 내부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광복회는 2024년도 운영비 명목으로 25억1,000만 원 상당의 국고를 보조받았다. 이는 광복회 1년 총예산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삭감 시 타격도 크다.

하지만 대통령실 입장에서 '강경 조치' 카드는 최후의 수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에게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설명했음에도 관장 사퇴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내세워 설득이 어려웠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이 소통에 성공하지 못한 셈인 만큼, 앞으로도 진정성을 갖고 마음을 풀어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광복회 주장은 수용할 수 없지만, 김 관장으로부터 촉발된 '뉴라이트 논란'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대처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 일각에선 14일 김용태 의원에 이어 조경태 의원이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 관장의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의 국적은 일본인이었다' 이런 표현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실언이었다"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관장 개인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고, 근거 없는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등 선임 절차가 무너진다"며 선을 그었다.

광복회는 이날도 '건국절'과 관련된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광복회는 논평을 내고 "김진태 강원지사와 김의환 미국 뉴욕 총영사가 광복절 공식 경축식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1948년 건국절 주장'을 펼쳤다"며 "지방정부나 기관 수장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언급이 얼마나 신뢰를 주지 못하는 발언인지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전날 강원도 광복절 경축 행사에서 "만약 1919년에 건국이 됐다면 나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도 필요 없고 광복 자체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발언해 광복회원들이 행사장을 퇴장하는 등 논란이 됐다.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