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챈들러 사망' 의사·비서 등 5명 기소… "중독 이용해 돈벌이"

입력
2024.08.16 15:00
매슈 페리 사망 전 2개월간 케타민 20병 제공
부검 결과 '전신 마취 수준' 케타민 수치 검출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 매슈 페리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담당 의사와 비서 등 5명이 기소됐다. 페리에게 마취제로 쓰이는 약물인 케타민을 과다 제공해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로스앤젤레스(LA) 연방검찰은 페리에게 대량의 케타민을 건네 그의 사망을 초래한 혐의로 전날 의사 2명과 개인 비서, 약물 공급업자 등 5명을 체포한 뒤 재판에 넘겼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중 담당 의사와 개인 비서 등 3명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유죄를 인정한 피고인들에 대해 "최대 10~2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피고인들은 불안·우울 증세 치료 목적으로 케타민을 복용해 온 페리에게 케타민을 과잉 판매했다"고 밝혔다. 시신 부검 결과, 페리의 혈액에서 발견된 케타민 수치는 전신 마취에 사용되는 양과 거의 동일했다. 또 페리가 사망 전 닷새 동안 최소 27회, 숨진 당일에는 최소 3회의 케타민 주사를 맞은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9~10월 페리에게 제공된 케타민은 약 20병으로, 총비용은 5만5,000달러(약 7,493만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들은 배우나 다른 사람들에게 케타민을 대량 공급한 '지하 범죄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페리의 마약 남용 전력을 알고도, 자신들의 '돈벌이'에 이용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검찰은 "담당 의사 한 명은 작년 9월 문자메시지에서 '이 바보가 얼마나 지불할지 궁금하다'며 '페리의 유일한 (케타민) 공급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페리는 2022년 출간된 회고록을 통해 "인생의 절반을 약물·알코올 중독 치료 시설에서 보냈다"고 고백한 바 있다.

1994~2004년 방영된 '프렌즈'에서 챈들러를 연기한 페리는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프렌즈 촬영 기간 중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부침을 겪었고, 한때 '재활 성공' 소식도 알려졌으나 결국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4시쯤 자택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뒤 54세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그의 사인은 '케타민 급성 부작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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