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발달하고 널리 보급되어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면서 자녀들의 미디어 이용을 허용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언제부터 얼마나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자연스럽게 등장하였다. 영유아 발달을 고려하여 TV 시청을 허용해야 하는지, 제한해야 하는지,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사주고 이용을 얼마나 제한해야 하는지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과 관련한 자료들은 많지 않으나,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서 몇 가지 흥미 있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 조사는 같은 가구나 대상을 몇 년 동안 추적해서 결과를 얻는데, 2023년에는 4,077가구 및 9,757명 개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기기의 보유, 미디어 활용 등을 조사하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세 미만 어린이는 가정용 TV를 1시간 47분, 스마트폰을 1시간 15분 정도 이용하고, 10대 청소년의 경우는 TV를 1시간 8분 정도, 스마트폰을 2시간 41분 정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이용제한과 관련하여 만 19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의 절반 정도인 51.6%의 가구가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게임과 인터넷을 제한하는 가구가 각각 39.4%, 39.0%로 높았고,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가구가 37.0%, TV가 35.1%였다.
그렇다면 미디어 이용제한이 효과가 있을까? 먼저, 스마트기기 이용제한이 있는 가구 자녀의 스마트기기 및 OTT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각각 2시간 42분과 48분으로 제한이 없는 가구 자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외로 TV와 게임의 경우에는 제한이 있는 경우 TV는 8분, 게임은 26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미 TV나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징벌 성격의 이용제한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가구의 자녀들이 그렇지 않은 가구의 자녀들보다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기기, OTT, 게임 등의 이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모가 자녀의 해당 미디어 이용을 더 많이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많이 이용하면서 자녀들에게는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부모가 이러한 기기를 이용하는 가구에서는 자녀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자녀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모들은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면서 자녀들에게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아동 및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은 가정의 경제적 지위나, 또래 관계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아동과 청소년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부모의 미디어 이용 형태가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자녀들에게 미디어를 언제, 얼마나 이용하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부모의 미디어 이용행태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부모가 미디어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면 자녀들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부모의 미디어 이용이 적절하지 않다면 아무리 자녀들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도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