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질병청, 코로나 유행 예측 실패… 2, 3주간 약 부족"

입력
2024.08.16 12:30
"치료제 없어 중증 진행 많을 수도"
"최중증환자, 대학병원 입원 못 하기도"
"중환자 늘면 병원 압박 심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에 접어든 가운데 처방약 부족으로 중증환자가 늘어나 대학병원에서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공의 사태와 맞물리면서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3년째 여름에 유행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지난해 유행보다도 더 퍼지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변이·면역력 저하 탓 재유행

이 교수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배경으로 면역 저하와 새 변이바이러스 유행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올해 겨울에 유행이 크지 않았는데, 대부분 (코로나19에) 걸렸던 분들이 지난해 여름 이전이라거나 백신 맞은 분은 가을, 지난해 안 맞은 분은 거의 1년 반 이상이 경과됐다"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많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KP.2나 KP.3처럼 새로 변이가 유행을 하다 보니 새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약해져 유행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게 2, 3주 전인데, 보통 코로나19가 유행하면 한 달 정도 넘게 (지난 후) 유행이 정점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아직은 정점을 찍은 것 같지는 않다"며 "앞으로 1, 2주 정도 이후, 8월 말 정도가 정점이 아닐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선 병원과 약국에 공급되는 치료제는 부족하다고 한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치료제 수급 현황을 보면, 8월 첫째 주 기준 전국 약국·의료기관의 치료제 신청량은 총 19만8,000명분이었으나 공급량은 약 16.7%인 3만3,000명분에 그쳤다.

대학병원, 전공의 없어 중환자 진료 제한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질병청이 치료제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난겨울 코로나 유행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유행이 심하지 않아 준비한 치료제가 남았고, 이 약을 올해 11월까지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올여름 유행이 급속히 커지는 것을 예상하지 못해 부족해졌다는 설명이다.

또 "2, 3주 정도 약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 같다"면서 "지금 일부 지역에는 처방이 잘 안되는 곳도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그는 "특히 65세 이상에서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같은 치료제를 안 드시면 합병증이 발생해 중증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며 "1, 2주 있다가 입원 환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전공의 부족으로 대학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주로 전공의와 함께 중증환자를 보는데 지금 전공의들이 없다 보니까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수가 제한이 돼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꼭 치료받아야 되는 최중증환자들은 입원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2차 병원급에서 치료를 받기는 하는데 중증, 최중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눈에 보이지 않게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많이 환자가 발생하고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겉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병원에) 상당한 압박을 주는 건 맞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