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정책 공세 카드를 드디어 꺼냈다. 인신공격성 막말 대신 공화당에 유리한 경제와 물가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조언을 참고한 셈이다. 그는 특히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먹고사니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곧 경제 공약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맞불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핵심 경합주(州)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약 75분간 유세를 펼쳤다. 그는 "평소와 다른 지적인 연설을 하겠다"고 말문을 열더니 연설의 상당 부문을 경제 문제에 집중했다. 고물가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미국인 주식 중 하나인) 베이컨 가격이 4~5배 올라 너무 비싸다"며 "난 더 이상 베이컨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권 때 본격화한 고물가를 지적하기 위해 최근 몇 주 동안 꾸준히 베이컨 가격 문제를 앞세워 왔다. 다만 실제 이 기간(2021년 1월 이후) 베이컨 가격 상승률(약 18%)은 트럼프의 주장을 한참 밑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대통령 취임 첫날 모든 내각 장관 및 기관장들에게 물가를 낮추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며 자신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빗댄 '미국을 다시 저렴하게(Make America Affordable Again)'를 강조했다. 새 임기 시작 1년 반 내에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을 70%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해리스 부통령과의 경쟁에서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공화당에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달 초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42%는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이라고 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41%)을 앞섰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국산 제품에) 10~20%의 관세를 매기겠다"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재차 강조했다. 종전 '10% 보편 관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조치다. 미국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주로 받는 '팁'과 사회보장 혜택에 대해선 면세를 재차 약속했다.
이런 와중에 전매특허 '막말'도 잊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의 웃는 모습을 겨냥해 "미친 사람의 웃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녀가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 인터뷰를 안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유세에서 경제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약점인 고물가 해결을 경제 우선순위로 삼은 가운데, 기업들의 가격 담합 단속 등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