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의 2학기 등록 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다수 의대생들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생 학부모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의료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등록금을 내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2학기에도 의대 파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전의학연)과 경기도의사회는 1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를 열었다. 무더운 날씨에 흰색 옷차림의 집회 참석자들(주최 측 추산 2,000명)은 '의학교육 정상화'가 적힌 모자를 쓰고 집회를 이어갔다. 대부분 중장년층 의대생 학부모로, 부모와 함께 나온 의대생들도 보였다. 이들은 각 의대 이름과 로고가 그려진 종이를 찢는 등록금 납부 거부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의학연은 올해 2월 의대생 집단휴학이 시작되면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시작된 단체다. 초기엔 서로 대화하며 위로하는 공간이었다가, 정부가 발표한 의료 정책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바깥으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됐다. 최근 교육부 앞에서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첫 단독 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다수 의대는 20일부터 이달 말까지를 등록금 1차 납부 기한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집회 참석 학부모들은 정부 의료 정책이 전환되지 않는 한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겠다고 했다. 충청 지역 의대생 자녀를 둔 50대 김모씨는 "1학기는 등록금만 납부한 채 전공 수업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등록금도 반환받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2학기 등록을 안 하면 제적시키겠다는 대학 총장의 발언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노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서울권 의대에 재학 중인 예과생(1·2학년) A씨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말고 의료계 관련자 얘기를 귀담아들어 의료 교육이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전공의로 근무하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올해 재계약을 거부한 전공의 B씨는 "많은 전공의들이 정부 대처에 상처를 받았다"며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3월부터 의대 강의실은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내내 비어있는 상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8,217명 중 수업 출석 의대생은 495명으로 2.7%에 불과하다. 의대생들은 실습시간 축소 등 커리큘럼 변경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진 데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는 이유 등으로 복학을 꺼리고 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이 여러 대안을 제시하며 수업 복귀를 호소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교육부는 지난달 각 대학에 '탄력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F학점을 받아도 유급 대신 정정 기회를 주는 'I(미완)학점' 부여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들도 2학기 의대 등록금 납부 시기를 변경하거나 추가 납부기간을 부여하며 의대생들의 제적처리를 최대한 유예하고 있다. 그러나 의대생 C씨는 "정부가 회유책을 여러 개 내놨지만 내부에서는 큰 반응 없이 그대로 간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확정돼 더 이상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학기에도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의대 학장들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측은 전날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 가이드라인은 현실성이 없다"며 "내년도 모집 정원을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논의하고 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