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게임 시장 불황 속에서도 한국의 넥슨과 크래프톤, 넷마블이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대체로 해외에서의 흥행 성과가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맞춰진 게임사들도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딛고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정비에 나선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기업에서 발표한 주요 게임사 실적을 보면, 국내 게임사 선두 격인 넥슨은 올해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64%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성과의 일등공신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은 5월 텐센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유통된 지 단 한 달 만에 약 2억7,000만 달러(약 3,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도 "중국 시장 매출이 자체 예측을 크게 웃돌았다"고 밝힐 정도다.
마찬가지로 선전한 크래프톤도 매출이 지난해 2분기보다 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3% 치솟았다. 출시 7년이 지난 '배틀그라운드'는 초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PC판의 경우 아이돌 그룹 뉴진스 등과 협업한 캐릭터 외형 상품이 매출 성과를 냈다. 모바일 버전은 중국판 '화평정영'이 5주년을 맞았고 인도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도 e스포츠까지 확장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2023년만 해도 적자에 시달리던 넷마블도 올해 2분기에 회사 설립 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112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선두에 선 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두루 인기를 끌었다. 2분기 중 약 1,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국내 온라인 롤플레잉(MMORPG) 쪽으로 치우친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2분기 실적을 확인했다. 영업이익이 각각 지난해 2분기보다 75%, 89% 축소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이,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이 여전히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각각 기대했던 신작인 '쓰론 앤 리버티'와 '롬'이 부진했고 해외 성과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각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이 둔화한 가운데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 동력을 나라 바깥에서 찾는 것이다. 국내에서 흥행한 MMORPG류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을 개발해 가능성을 탐색하는 흐름도 여러 회사로부터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넥슨의 경우 7월 출시한 1인칭 슈팅(FPS) '퍼스트 디센던트'가 이미 세계 최대 유통망 '스팀'을 통해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실적 발표와 함께 텐센트와 손잡고 스웨덴에 있는 산하 개발사 '엠바크스튜디오'의 '더 파이널스'와 '아크 레이더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하반기 중 모바일 던전 탈출 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인 '인조이' 등을 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라이엇게임즈와 가레나 등을 거친 오진호 최고글로벌퍼블리싱책임자(CGPO)를 영입해 9월부터 해외 사업 총괄을 맡겼고 최근 일본 소재의 '탱고 게임웍스' 인력을 흡수하는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쓰론 앤 리버티'의 해외 진출과 '블레이드 앤 소울 2'의 중국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7일에는 베트남의 종합 정보기술(IT)기업 VNG와 합작해 'NCV 게임스'를 설립하고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에 엔씨소프트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또 해외 법인 리더십을 정비하는 한편, 스웨덴 기업 '문로버게임즈' 등 외부 개발사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