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 안심결제 의무화한 정부의 '티메프 사태' 대책 성토

입력
2024.08.14 17:43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정산금 지연으로 수많은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피해를 끼친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사태' 대책으로 정부에서 내놓은 안심결제(에스크로) 의무화 방안에 대해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지급대행업체(PG)들에게 안심결제를 의무화하면 모든 전자상거래 업체에게 안심결제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14일 서울 봉은사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에서 진행한 티메프 사태 대책관련 토론회에 참여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안심결제 확대를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명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머스트잇도 티메프 사태의 피해자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는 "머스트잇 입점업체 중 티메프에서 정산금을 받지 못한 곳이 많다"며 "이들이 돈이 없어 명품 매입을 못하면 머스트잇 같은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간접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안심결제 의무화 방안을 회의적으로 봤다. 그는 "모든 정산대금을 제3기관에 예치하면 무슨 돈으로 고객 취소분에 대해 환불을 해주겠냐"며 "과연 안심결제 의무화가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다의 오현석 대표도 "안심결제 의무화는 걱정이 앞서는 제도"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하는 여행 스타트업에 안심결제 의무화 규제를 적용하면 혁신적 아이디어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온다는 국내 2만여 개 중소형 숙박업체들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 플랫폼이다. 오 대표에 따르면 온다는 티몬에 국내 숙박 상품을 독점 제공했다가 이번에 수십 억원대 피해를 봤다. 그는 "티메프 사태는 경영 실패 또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 기업의 문제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안심결제를 도입해도 괜찮은 사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업이 있다는 의견이다.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안심결제를 전방위적으로 모든 플랫폼에 도입하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이런 논의만으로도 전자상거래 생태계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경쟁 상대인 해외 플랫폼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려면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또 획일화된 대금 정산 주기 단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수공예품은 제작 기간이 모두 다른데 획일화된 정산 주기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토론회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일부 기업의 경영 실패를 전자상거래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일부 기업의 경영 실패 문제를 전체 산업으로 일반화해서 규제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거대 자본을 갖고 있는 한 두개 대기업만 살아남을 텐데 이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는 "플랫폼에 유동성 위기가 있거나 재무상태가 불건전한 경우 이를 알리는 제도가 있다면 입점사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