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을 어떻게 증명해요?"...그림책으로 풀어 쓴 비트겐슈타인 '코뿔소 논쟁'

입력
2024.08.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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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그림책 '루트비히와 코뿔소'

"코뿔소가 크든 작든 이 방에는 없어. 구석구석 다 찾아봤단다. 코뿔소는 동물원에나 있지."

"아빠가 증명할 수 있어요?"

어린 루트비히는 잠자리에 들기 전 방에 코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빠는 루트비히가 가리키는 옷장 안, 침대와 책상 아래 등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코뿔소는 보이지 않는다. 아빠는 코뿔소가 보이지 않는 데다 몸집이 큰 코뿔소가 루트비히의 작은 방에 숨어 있을 수도 없다는 논리로 코뿔소가 없다고 설득한다. 루트비히는 묻는다. "아빠, 달은 보여요?" '달을 1,000번도 넘게 봤기 때문에 달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달이 있다는 걸 안다'는 대답에 다시 이어지는 질문. "아빠, 달이 지금 저쪽에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요?"

20세기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그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이 벌인 '코뿔소 논쟁'이 그림책 '루트비히와 코뿔소'로 재탄생했다. 독일 저널리스트 노에미 슈나이더는 실재와 인식, 언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두 철학자의 논쟁을 루트비히와 아빠의 대화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코뿔소 논쟁은 '어떤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루트비히는 기어코 코뿔소가 방에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아빠의 대답을 얻어 내고 만다. 그리고 동화적 반전. 아빠가 나가고 난 방에서 루트비히는 코뿔소와 굿나잇 인사를 나눈다.

코뿔소의 1인칭 화법으로 풀어 쓴 코뿔소 논쟁에 대한 상세한 해설도 담겼다. 듀오 일러스트레이터 골든 코스모스는 호기심 가득한 루트비히의 열정적 에너지를 형광빛 색채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