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노출하고 싶은 안세영, 운용의 묘 나올까

입력
2024.08.14 17:11
18면
부상 관리 실망→스폰서 허용해달라
선수와 배드민턴협회 평행선 달려
탁구는 유니폼 빼고 라켓, 신발 허용
옳고 그름 아니라 솔로몬 지혜 필요

안일한 부상 관리로 촉발된 안세영(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 간 갈등은 결국 돈 문제로 비화됐다. 선수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개인 스폰서 계약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했고, 협회는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세영의 발언 관련 조사에 착수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사 예정인 대한체육회의 중재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협회 규정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때 개인 후원 계약은 1개로 제한되고, 그마저도 배드민턴 용품사 및 협회 후원사와 동종 업종에 대한 후원을 받을 수 없다.

이미 안세영은 나이키 광고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며, 대표팀 경기를 뛸 땐 머리부터 발끝까지 협회 후원사인 요넥스 제품을 착용한다. 협회가 매년 290만 달러(약 39억4,500만 원)를 조건으로 요넥스와 독점 계약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요넥스 유니폼, 라켓, 신발을 써야 하는 안세영은 이런 독점 계약에 불편함을 느껴 다른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싶다는 요청까지 했다가 거절당했다.

현재 안세영이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도 개인에게 딱 맞는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후원 계약을 한 브랜드를 경기 때 노출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되면 후원사로부터 받는 금액도 늘어난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가운데 안세영만 개인 스폰서를 허용하면 다른 동료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협회는 후원사와 계약 금액이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선수 개인 후원을 막는 게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과 ‘배드민턴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선수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세영과 협회는 일단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오는 20일부터 시작하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일본오픈에 안세영이 출전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했지만 부상을 이유로 불참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이지만 협회와 불편한 관계로 인해 안 나간다는 게 배드민턴계의 해석이다.

결국 양측이 한 발씩 물러나야 갈등이 풀릴 전망인데, 타 종목의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비슷한 라켓 종목인 테니스는 골프처럼 선수가 협회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를 뛴다. 탁구는 유니폼만 동일한 브랜드를 입고 라켓과 신발은 개인 스폰서를 허용한다. 탁구 간판 신유빈 같은 경우는 국가대표 후원사인 버터플라이 유니폼을 입고 라켓, 신발 브랜드는 각각 다른 브랜드 제품을 쓴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유니폼만 버터플라이에서 후원을 받고 선수에게 중요한 라켓과 신발은 개인이 선호하는 걸 사용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테니스는 한국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탁구는 국제대회 상금 규모가 적어 배드민턴과 객관적으로 비교를 하기 힘들다. 배드민턴은 150만 달러 규모의 국제대회도 있으며, 안세영은 지난해 투어를 뛰며 약 9억 원을 벌었다. 협회 관계자는 “종목별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면서 “문체부 조사 후 권고 사항이 나오면 해당 내용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