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덮친 대형 산불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화재 발생 위험이 더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초대형 산불로 홍역을 치른 그리스에서는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기후 위기 악순환' 경고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영국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지구시스템과학데이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캐나다·하와이·그리스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총 86억 톤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한 해 미국에서 나온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48억 톤보다 많은 양이다. 특히 지난해 캐나다 산불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20억 톤에 이르렀다.
또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이 1,200만 헥타르(ha)에 달하는데, 이는 니카라과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불이 또 다른 산불을 낳을 위험도 커졌다. 산불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 생태계가 회복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다시 가뭄과 폭염으로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악순환 고리가 생긴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태어나는 캐나다인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화재를 일생 동안 경험할 가능성은 1940년대 출생 캐나다인보다 10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기준 기후 위기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은 2003~2019년의 평균에 비해 캐나다에서만 3배, 아마존에서는 20배, 그리스에서 2배 더 커졌다. 매튜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기후변화연구센터 박사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산불은 더 빈번해지고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면서 폭염·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도 더 빈번해지고 있다.
'산불의 악순환'은 그리스에서는 이미 현실화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대형 산불로 홍역을 앓았던 그리스는 올해 다시 화마와 싸워야만 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수도 아테네 인근에서 시작된 그리스 산불은 사흘 만인 13일 대부분 진화됐지만, 이미 60대 여성 1명이 사망했고 1만 ha가 소실됐다.
기후 재난으로 고통받는 건 약자들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이날 "전 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꼴인 4억6,600만 명이 매년 폭염이 6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며 "특히 말리·니제르·세네갈·수단 등 8개국 어린이들은 1년 중 절반 이상을 35도 이상의 기온 속에서 살아간다"고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폭염에 노출되면 말라리아·뎅기열 등 감염병이나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학업 성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