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확대' 찬성 46% vs 반대 44%···이젠 '정착 후 사회통합'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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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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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저치인 0.65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인구 붕괴 속도가 가팔라지고 국가 소멸 위기론이 대두되자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 상반되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7월 29일, 통계청은 한국 총인구가 3년 만에 0.2% 상승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에 들어와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 덕분이다.

두 상반된 소식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개방 및 적극적인 이민정책 도입이 필연적일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7월 26~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저출산·고령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

우리나라 국민은 국가가 직면한 여러 가지 이슈 중, 저출산·고령화(95%), 물가안정(92%), 경제 양극화 문제(90%), 집값 및 부동산 문제(89%) 순으로 심각하다고 답했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다른 어떤 사회 이슈보다 중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해당 이슈로 파생되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경제의 어려움(90%)과 한국인 중심 사회 소멸에 대한 우려(84%)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광역자치단체에 외국인 유입이 증가할수록 지역 내 고용률 및 종사자, 사업체 수와 더불어 지역내총생산 및 1인당 소득, 특허출원 건수도 함께 나란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주민 유입이 지역사회 인구와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서 이민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다른 어떤 사회 이슈보다 중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 부족 문제와 한국인 중심 사회 소멸을 특히 우려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 이민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46%, 반대 44%로 나타났다. 성별과 연령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이민정책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나뉘는 모습이다.


육아·보육 분야 외국인 노동자·이주민 도움 필요하지 않다 53%

특히 주목할 점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육아 및 보육 분야에 있어 외국인 노동자 또는 이주민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3%로,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40%)보다 13%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이다. 본 조사를 계획할 당시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이민정책에 여론이 호의적일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 7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외국인 이민자 수용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개개인의 이민자 수용역량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는 외국인 이민자를 받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음을 짐작게 하는 결과이다. 다만 아래에서도 살펴보겠지만 농어촌, 제조업, 식당 등 서비스업 등과 같은 직업군은 호감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특정한 조건에 한해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민 수용도와 호감도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의 노동 참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83%가 동의, 전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국가적 장기 과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와 같은 후처치에 집중한 정책보다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노동 및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선이 먼저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민 수용 시 고려 요인: 기술(73%)> 연령(62%)> 국가(57%)·종교(57%)

이러한 국민의 인식과는 별개로 정부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및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 확대 정책에 돌입했다. 그 시작으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위해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지난 8월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정부의 여러 노력 가운데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고려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 사회가 어떤 배경의 이주민을 선호하는지 조사해 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이민자의 상(象)을 어렴풋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민 수용 대상을 결정할 때 기술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73%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연령(62%) 출신 국가(57%) 종교(57%) 등의 순이었다. 우리 국민은 이민자의 성별, 인종, 재산, 학력보다는 기술 수준과 연령, 출신 국가, 종교를 더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술 수준과 연령을 중시하는 이유는 이주민이 한국에 입국 이후 국가의 복지 예산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한국 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특정 산업 분야에 필요한 기술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주민의 출신 국가와 종교를 중시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우리 국민이 한국과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유사한 국가나 지역의 사람을 지역사회 신규 구성원으로 더 환영하는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사회가 이민자 수용에 있어 부족한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대상을 우선 고려하되, 원만한 사회통합의 성공이 보장되고 문화적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는 문화권의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은 적극적인 이민정책의 도입으로 이주민이 증가했을 때 기대되는 이점으로 '노동인구 부족 문제 해결(64%)'을 가장 높게 손꼽았으며, 이어서 '소비 인구 증가로 인한 경제 활성화(13%)', '다문화 사회로의 발전(12%)' 등을 높게 평가했다.

이주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동시장 분야로는 '농어촌 지역(89%)'에 이어 '영세 제조업 사업장(86%)', '식당 등 서비스업(73%)', '육아 및 보육 도우미(4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국민이 신규 이주민 인구 유입으로 인한 지역 사회의 경제적 이득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은 산업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주민 인구가 증가했을 때 염려 사항으로는 '다양한 종교 및 문화 차이로 인한 사회 갈등'이 41%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범죄율 증가(29%)', '의료보험 제공 및 세금 지출의 부담(16%)'의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이 이주민 수용에 따른 비용보다 경제적 이익을 더욱 크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제는 이주민 수용 그 자체보다는 이들이 지역에 정착한 이후에 기존 거주자와 신규 유입 인구 사이의 사회통합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염려하기 시작한 것을 말해준다.

존 윌모스 유엔 인구국장은 작년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이 인구증가의 유일한 원동력임을 시사한 바 있다. 우리나라 법무부는 이와 같은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이민 행정 기반을 구축하고자 작년 말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이민정책 확대의 방향에 있어 정부와 국민의 인식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민이 한국으로 유입될 때, 우리는 단순히 사람만이 국경을 이동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양국의 외교 및 인권 문제, 지역 사회 내 원주민과 신규 유입 인구 간의 사회통합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더욱 반영하여 이민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정현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정석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