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로 유인해 지갑을 털었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사건과 무관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딸 조민씨를 떠올리게 하는 삽화(일러스트)를 쓴 조선일보의 손해배상 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정하정)는 조 대표 부녀가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4일 "피고들은 공동해 조 대표에게 700만 원, 조씨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조 대표 부녀는 "2021년 6월 21일 조선일보가 성매매 위장 절도 사건 기사에 우리 모습이 담긴 삽화를 사용했다"며 1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래 이 삽화는 그보다 4개월 전 서민 단국대 교수가 조 대표 부녀를 비판하는 칼럼에서 쓰였다. 가방을 멘 조 대표의 뒷모습, 모자를 쓴 조씨의 모습,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배우 이병헌·변요한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측에서 실수로 형사 사건 기사에 이 삽화를 가져다 쓴 것이다. 나중에 조선일보는 삽화를 삭제하고 조 대표 부녀에게 사과했다.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조선일보 측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절도 범행을 보도하면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원고들이 묘사돼 있는 삽화를 허락 없이 사용해 원고들의 초상권을 침해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대표 부녀가 주장한 명예권 침해 주장은 물리쳤다. 재판부는 "삽화에서 원고들의 모습이 식별되지만 기사의 전체적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실 적시가 됐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