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파도바. 지난달 첫째 주 2,000명에 가까운 전 세계 천문학자가 모였다. 이곳의 유서 깊은 파도바 대학이 갈릴레오가 활동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이용하여 우주를 연구하는 관측천문학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인류의 우주관과 과학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갈릴레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파도바에서 2024년 유럽천문학회(EAS) 연례학술대회가 열린 것이다. 전 세계에서 참가한 천문학자들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 토의하였다. 갈릴레오의 발견 과정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1609년 갈릴레오는 이웃나라에서 망원경이 발명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스스로 망원경을 만들었다. 갈릴레오 망원경은 최대 배율이 30배나 되어, 멀리 있는 대상을 맨눈보다 훨씬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갈릴레오보다 망원경을 먼저 만든 사람들은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사람이나 자연을 보았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지구가 아니라 하늘을 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맨눈으로 알 수 없었던 우주의 비밀을 인류 최초로 알게 되었다. 갈릴레오는 초기 관측 결과를 1610년 3월 13일, 별의 전령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우주 관측 연구는 갈릴레오가 하늘로 쏘아 올린 작은 망원경으로 이렇게 시작되었다.
갈릴레오가 이룬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목성의 달(위성)이다. 목성은 금성 다음으로 밝게 보이는 행성이라 맨눈으로 쉽게 볼 수 있다. 갈릴레오는 1610년 1월 7일 목성 근처에서 달 세 개, 그리고 6일 후에 네 번째 달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점처럼 작게 보여 시간에 따라 위치가 변하지 않는 어두운 별(항성)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관측을 계속하여 이 천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또 네 개의 천체가 목성 주위를 도는 목성의 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하늘의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목성 주위를 도는 달이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갈릴레오는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망원경 관측으로 보여준 것이다. 다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쉽사리 믿지 않았다.
갈릴레오 발견 이후 414년이 흐른 2024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했다. 갈릴레오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목성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 왼쪽 사진은 2024년 1월 5일에 찍은 목성이다. 목성에서 가로로 보이는 여러 개의 띠는 목성의 대기층을 보여준다. 가운데 왼쪽 아래 붉게 보이는 큰 원은 대적반이라고 부르는 고기압 지역이다. 이 지역의 크기는 지구의 2, 3배 정도로 크며, 태양계에서 가장 큰 폭풍을 일으키는 곳이다.
오른쪽 사진은 하루가 지난 1월 6일 찍은 목성이다. 이 목성의 왼쪽에 노랗게 보이는 작은 원이 있다. 이런 원이 1월 5일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즉, 이 천체는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목성의 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달의 이름은 이오(Io)이다.
이오는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다 헤라에게 들켜 암소로 변한 요정의 이름이다. 이오는 목성에 가장 가까운 달이며 1.8일에 한 번씩 목성의 주위를 돈다. 이오는 활화산으로 유명하다. 갈릴레오 목성탐사선으로 찍은 이오의 사진은 이오의 자세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천문학회 학술대회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유럽에서 가장 큰 LED 스크린으로 태양계 영상을 보면서 베네토 파도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모음곡'을 감상한 것이었다. 영국 작곡가 홀스트는 1914년에서 1916년에 걸쳐 이 곡을 작곡했으며, 목성을 포함하여 행성 일곱 개를 주제로 하고 있다. 각 행성의 악장에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목성의 부제는 즐거움을 가져오는 자이다. 각 행성의 자세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형 영상을 보면서, 해당 악장의 음악을 들으니 마치 우리가 실제 행성에 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음악과 영상이 조화를 이루었다. 목성을 볼 때에는 갈릴레오가 깜깜한 밤 자신의 작은 망원경으로 홀로 하늘을 관측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름다운 밤하늘에서 다양한 천체를 보며 즐길 때 우리 모두는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