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태아 표본도 봤다"...93세 '731부대' 노병의 참회

입력
2024.08.14 12:00
14세 때 생체실험 부대 입대
79년 뒤 현지 찾아 사죄
"日, 만행 반복하면 안 돼"
"고통과 죄책감 느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 생체실험을 수행했던 일본군 731부대의 전 대원이 중국 하얼빈의 만행 현장을 방문해 참회했다고 중국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13일 신화통신, 환구시보, 광명망 등 다수의 현지 언론은 731부대 소속 소년병이었던 시미즈 히데오(93)가 전날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하얼빈은 일제가 1932년 중국에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에 속해 있었다. 일제는 생화학전 대비용 생체실험을 목적으로 한 731부대를 1936년 이곳에 설치해 1945년 패망 시점까지 유지했다. 공식 명칭은 '관동군 방역급수부'였다.

14세 때 학교 선생 추천으로 1945년 4월 731부대에 입대해 8월 퇴각하는 일본군과 함께 중국을 떠났다는 시미즈는 "일본 당국이 역사를 직시하고 전쟁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중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미즈는 과거 731부대로 사용된 건물을 이날 방문해 일제의 전쟁 범죄 행위를 회상했다. 그는 731부대 근무 당시 실험대상이 된 인체의 유골들을 수습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시미즈는 그곳에서 해부된 인간의 장기 및 태아 표본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731부대 건물 내 표본실을 언급하며 "산모의 태아 및 아이들의 표본이 많았고, 장기를 해부해 밖으로 꺼내놓은 표본도 많이 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시미즈는 일제의 항복 직전 731부대가 범죄 증거를 은폐하고자 감옥 등 부대 시설들을 폭파했고 수감자들을 학살해 시신을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손주 볼 때마다 부대의 '영유아 표본' 떠올랐다"

한편 시미즈는 그동안 자신의 전력을 숨겨오다 2010년대 중반부터 731부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공개 강연,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설명해왔다고 한다. 그는 1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수년간 손주를 볼 때마다 당시 표본실에서 봤던 영유아 표본이 떠올랐다"면서 "(731부대 근무 시절이) 생각날 때마다 고통과 죄책감을 느꼈다"고 적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731부대 생체실험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 최소 3,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일제의 생화학 무기 사용으로 중국 내에서만 3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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