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송4법 개정안에 이어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을 잇따라 행사하면서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 법안은 21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입법부 무시"라고 반발하면서 여야의 대치 정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국무회의를 열고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국회에서 일방적인 법안 처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막대한 국가 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들을 (야당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두 법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거부권 행사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은 20일까지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25만 원 지원법은 모든 국민에게 25만~35만원 범위 내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도 야권 주도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가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됐다. 여당은 두 법안에 대해 "현금살포법", "불법파업조장법"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일찌감치 건의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이 정국 대치를 초래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 정도면 거부권 중독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날 방송4법도 모자라, 노란봉투법과 민생회복지원금까지 거부하면 21번째 거부권 기록"이라며 "뉴라이트가 신봉하는 이승만(대통령)의 45회 기록을 깨보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대치 정국의 책임도 윤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거부권으로 계속 민심을 짓밟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